중국에서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불법점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반일시위가 계속해서 벌어지면서 일본 기업에 대한 방화·약탈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29일로 중국과 일본이 수교를 맺은 지 40주년이 되지만 반일감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5일 1972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대 규모인 8만 여명의 중국인이 57개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16일에도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뿐만 아니라 일부 시위대는 일본 기업 공장과 백화점 등에 불을 지르고 상품을 약탈하는 등 물리적 피해까지 입히고 있다. 대규모 집회를 좀처럼 용인하지 않는 중국 정부도 공공연히 시위를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중국 전역에서는 40년 만에 최대인 8만 여명의 항일 시위대가 애국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반일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집회를 조직했으며, 특히 이날 베이징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는 2만여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라며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11일 일본 정부가 댜오위다오의 국유화를 발표한 후 하루도 빠짐없이 항일시위가 열리고 있다.

중국인 시위대는 중국 내 일본 기업의 공장과 상점ㆍ식당 등을 습격하며 물리적 피해도 입히고 있다. 15일 오후 산둥성 칭다오에서는 파나소닉그룹의 전자부품 공장 등 10개 일본 기업 공장에 시위대가 난입해 불을 지르고 생산라인을 파괴했다. 이에 따라 18일까지 청두와 쑤저우 등 3곳의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또한 도요타자동차 칭다오 판매 1호점이 방화 피해를 봤다. 칭다오의 일부 시위대는 유통업체인 쟈스코 이오지마를 습격해 엘리베이터를 파괴하고 창고에 보관돼 있던 상품 12억엔(약 170억원)어치를 약탈하거나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가 확산되자 일본 기업들도 비상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캐논은 중국 4개 공장 가운데 광둥·쑤저우 등 3곳 공장의 조업을 17~18일 이틀간 중단하기로 했고, 생활용품생산 기업인 라이온도 산둥성 공장의 조업을 중단하고 세븐 & 아이 홀딩스와 미니스톱 등 일본계 편의점들도 청두시내 40여곳 매장의 휴업을 결정했다.

한편, 과거 1당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시위나 티베트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집회가 있을 때면 공안 병력을 동원해 강력 진압하던 중국 정부도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시위를 묵인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며 반일시위가 필요 이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고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5세대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경우 자칫 화살이 자국 정치권으로 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중국 당국이 시위는 용인하되 보도는 통제하는 수위조절을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15일 일본 정부는 베이징에 있는 자국 대사관을 통해 중국 외무성에 시위대의 습격 등에 항의하고 일본인의 안전 확보를 공식 요구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도 16일 민영방송에 출연해 중국 내 일본인의 안전을 위해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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