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망상 끝에 흉기로 어머니를 살해한 20대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살인자로 돌변한 아들에게 아내를 잃은 아버지는 "사랑하는 두 사람을 지키지 못한 못난 아비가 조금이라도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어 달라"고 선처를 구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함께 관리했더라면 이 참혹한 결과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조현병으로 대표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한번 촉발되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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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본 피고인 A(22)씨 성장 과정과 그 가족의 삶은, 비극적인 이번 사건을 그저 한 개인과 가족의 문제만으로 돌릴 수 없도록 우리 사회에 무거운 교훈을 남겼다.

A씨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자상한 부모님은 모범적으로 성장한 형을 편애하거나 A씨를 차별하는 법 없이 마음에 병이 있는 A씨를 사랑으로 보살폈다.

A씨는 초등학교 때 '입 냄새가 난다'라거나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교실이나 화장실에서 폭행당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가족이나 선생님이 걱정할까 봐 내색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중학교에서 교사의 관리로 폭행 피해는 없었지만, 왕따는 계속됐다. 이 무렵 A씨는 우울증과 회피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자신이 정신과 환자라는 사실을 부정하며 약물치료를 거부하면서 약을 먹이려는 어머니와도 갈등을 빚었다.

고교 진학 무렵 교사는 '적응을 못 하고 따돌림당할 것'이라며 대안학교 진학을 권했다. 그렇게 대안학교에 입학했지만, 선배의 말에 겁을 먹고 등교를 거부하다가 결국 자퇴했다.

이후 A씨는 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사이트 게시판에 댓글을 달면서 일상을 보냈다. 심각한 대인기피 증세에도 폭력성이 없었던 A씨는 "모든 문제는 엄마 때문이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욕설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모의 권유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A씨는 우울증과 신체추형장애(신체적 결함이나 외모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강박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역시 치료를 거부했다. 약을 제대로 먹지 않던 A씨는 6월 20일 오후 불안해하는 증세를 보인 끝에 흉기로 어머니를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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