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배우 손현주가 최근 개봉한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이 자신의 첫 사극이라고 밝히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조선 시대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뒤흔드는 광대패 5인방에게 조선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로부터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받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팩션’ 사극이다. 손현주는 "그동안 수차례 그려진 한명회보다 덜 어렵게 만들고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지만 그가 연기한 한명회는 실존 인물인 만큼 좀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팩션’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픽션을 섞어 재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있는 이야기에 소설의 극적 구성과 반전이 합쳐져 박진감과 흥미로움을 더해 주는 것이 팩션의 특징이다.

주로 소설의 한 장르로 사용되었지만 영화, 드라마, 연극, 게임, 만화 등으로도 확대되는 추세이며 문화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3년 3월 미국에서 출간된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베스트셀러로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부터 팩션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4년 <임프리마투르>, <천사와 악마>,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등의 팩션 소설이 번역 출간되며 출판계의 키워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당시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등에도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2003년 개봉된 영화 <황산벌>과 <실미도>, 2005년 개봉된 <그때 그 사람들>, <역도산> 등이 팩션 형식의 작품들이다.

이렇게 팩션은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사실이 섞여 있으므로 대중이 보다 쉽게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제를 만들기 위해 오락성만을 쫓아가면 아직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릇된 역사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나랏말싸미>가 팩션 영화이면서 기대작으로 주목받았지만 ‘역사 왜곡’이라는 논란에 빠져 사실상 흥행에도 실패했다. 이에 감독이 장문의 사과글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팩션 영화인만큼 영화는 영화로 봐달라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 이상 영화에는 허구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상력이 실제 사건을 훼손할 정도의 범위를 침범한다면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의 주요 업적을 세종대왕보다는 스님에게 돌리고 있어 개봉 당일부터 네티즌의 평점 테러는 물론 순식간에 박스오피스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팩션’은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이기에 상상력을 더하면 실제와 같은 박진감과 재미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장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알려져 있는 내용이기에 대중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변형을 가하면 거부감을 얻을 수 있으므로 고증을 통해 그런 부분들을 메워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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