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지속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 및 이상기후 등의 현상들이 발생해 전 세계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약 5천500만년 전에도 지구의 대기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나면서 기온이 5~8도가량 오른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는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PETM)'라 부르며 현재 진행 중인 지구 온난화와도 종종 비교되곤 한다. 

PETM에 왜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났는지, 왜 기온이 올랐는지 그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기온 상승의 원인이 태양을 도는 지구 궤도가 변한 탓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와이대학의 해양학자 리처드 지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남대서양 심해에서 시추공을 통해 확보한 퇴적물을 분석했다. 

나사 제공
변화된 이심률 (나사 제공)

연구팀은 이 시기가 태양을 도는 지구 궤도의 이심률(eccentricity)이 최대치에 달했던 시기와 일치했으며, 이런 지구 궤도의 변화가 기온상승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했다. 

지구가 원 운동에서 벗어나는 이심률이 높아지면서 타원 궤도가 되어 더 가까워지고 이로 인해 태양 복사에 더 많이 노출 된 것이 기온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지비 교수는 한 매체와의 회견에서 "1억년 단위로 들여다보면 이심률과 기후변화 사이의 분명한 관계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 궤도를 비롯한 천체의 과거 움직임을 계산해 지질시대 정보를 얻는 '천문연대표'는 지금까지 약 5천만년 전이 최대 한계치였다. 그 이전은 태양계의 혼란이 걸림돌이 돼 확장되지 못해왔으며 PETM 시기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남대서양 심해에 쌓여있는 퇴적물을 시추공으로 채취해 분석했다. 이 퇴적물들은 약 5천800만~5천300만년 전 팔레오세 말기에서 에오세 초기에 형성된 것으로, 퇴적물의 구성 성분을 통해 당시의 기후변화 증거를 확보하고 지구 궤도 상의 변화도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 시기의 퇴적물 분석 수치와 천문물리학을 토대로 개발한 척도(ZB18a)로 계산한 수치가 "서로 별개의 것이지만 거의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는데 이는 천문연대표가 지금까지의 한계인 5천만년을 넘어 800만년가량 더 확장됐음을 나타낸다. 

또한 이런 방법을 통함으로써 천문연대표를 더욱 더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팔레오세와 에오세의 경계를 0.1%의 오차로 5천601만년 전으로 특정했으며, PETM이 지구 궤도의 이심률이 최대치 달했을 즈음에 시작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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