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연선] 한국, 중국, 일본 등을 위시한 동양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유럽, 미국 등 서양은 밀을 주식으로 한다.

인류는 공통적으로 농사가 가능해지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고 문명을 이룩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동양과 서양은 쌀과 밀로 주식이 구별되게 된 것일까?

먼저 주식의 조건은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어야 하고 겨울 같은 궁휼기를 버틸 수 있도록 저장이 용이해야 했다. 또한 풍부한 탄수화물을 포함하여 많은 열량을 공급할 수 있어야 했다.

쌀과 밀은 이를 충족하는 대표적인 곡물이었기 때문에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 속에서 주식으로 등극이 된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농업에서 쌀과 밀을 주식으로 생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지리적인 위치로 인한 기후와 재배환경의 차이다.

쌀이 재배되는 조건은 고온이며 물이 풍부해야 한다. 반면 밀은 건조하고 척박한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는 특징이 있다.

쌀농사는 매우 까다로운 농사 중 하나다. 기후는 고온다습해야 하고 물이 항상 잘 공급이 되어야 하며 잡초나 병충해에 약하다. 따라서 동양에서는 정착농업이 발달하여 논과 벼를 돌보는 것에 매진해야 했다. 또한 항상 물을 공급해줘야 했는데 물을 대주는 관개시설이나 수리시설을 개인이 혼자서 만들고 관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라서 마을 등의 공동체가 힘을 합하여 이런 시설을 만들었고 모내기 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시기에는 두레나 품앗이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문화가 생겼다.

반면 서양에서는 양축농업 위주로 농업이 발달하였다. 이들은 유목을 위해 이동생활을 자주 했는데 적당히 씨를 뿌리고 유목생활을 했다가 작물이 다 자랄 때 쯤 돌아와 수확하는 등의 생활을 하였다. 밀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주었고 잡초나 병충해에도 강했다. 때문에 쌀처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았고 수확이 용이해 유목생활을 하는 서양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작물이었다. 다만 밀은 쌀에 비해 영양분이 부족했기 때문에 우유 등으로 단백질을 보충해야 했는데, 양축농업을 하는 서양인들에게 그런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처럼 쌀과 밀이 동양과 서양에서 각자 주식으로 선택된 것은 지리적인 문제와 생활환경의 차이로 인한 것이었다. 반대로 쌀과 밀이 주식이 됨으로써 인간의 문화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쌀은 주로 큰 가공 없이 벼를 도정해 쪄서 밥으로 먹는다. 하지만 밀은 껍질을 제거하고 가루로 빻아 빵을 만들어 먹는다. 이를 위해서는 방아와 분쇄기 등 물리적인 힘이 강한 기계들이 필요했고 광활한 지역에서 대규모로 수확하여 운송하기 때문에 풍차와 같은 기계적인 생산도구 및 운송기구가 필수였다. 이런 기구들을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에 인간의 고민이 더해져 서양은 동양보다 앞선 기계 문명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산업혁명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한 동양은 협동이 필요한 쌀농사 때문에 ‘우리’의 개념이 강하지만 서양은 밀의 뛰어난 자생력 덕분에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아 ‘개인’의 개념이 강하게 되었다.

이처럼 지리적 조건은 동양과 서양에게 쌀이냐 밀이냐를 선택하게 만들었고 선택된 쌀과 밀은 동양의 집단문화와 서양의 개인문화를 만들었고 나아가 산업혁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주식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세상이 되었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쌀과 밀의 인류의 문명 발전에 대한 영향력은 인류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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