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태우] 필자가 정치학자로 학계에서 강의를 시작한 1996년 이후로 가장 많이 직접간접으로 참여한 학술세미나 주제는 대북정책이었다.

현실 정치무대서도 가장 흔한 안줏거리였으며 지금도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틀에 박힌 형식적인 保守(보수)와 進步(진보)의 틀에서 논의를 진행하면서 그 세미나를 개최하는 단체의 성향에 따라서 결론이 나는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의 정책토론을 수없이 지켜와 본 것이다.

흔히 對北(대북)정책에 관한 세미나나 학술회의 맹점은 북한체제의 특수성과 한반도의 분단 특수성을 일부 배제하고 일반적인 논리전개선 상에서 黑(흑)과 白(백)을 논하는 오류투성이의 정책적 토론 결과물을 국내외의 주요 언론들은 여과 없이 보도하고 그것이 진리인 양 국민들도 그냥 믿어버리는, 과한 표현인진 몰라도, 일종의 ‘동굴의 우상’에서 우리는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교류하면 열린다”는 논리가 대세를 이루면서 북한의 악의적인 체제의 本質(본질)이 계속 국민들에게 각인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 동포이니 당연히 대화하고 교류해야 한다. 명제 중의 명제이다. 문제는 북한이 변화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특히나, 핵을 포기한다는 조그만 노력이라도 보여야 그 정당성이 확보될 수가 있다.

[통일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다 이제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서 또다시 屋(옥) 상玉(옥)으로 이 문제를 논하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마치 무슨 대단한 마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 문제를 연일 다루고 있다. 오늘도 필자는 이들이 무슨 세미나 형식으로 낸 결론을 보면서 특별한 해법이 없는 남북문제에 대한 斷想(단상)을 그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항상 상식 선상에서 평화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거짓이다. 강할 때는 강하고 부드러울 때는 부드러워야 하는데 남북문제의 본질상 그리 쉽지는 않다. “북한에 대한 강경. 온건노선을 동시에 병진해야 한다. 신뢰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심지어는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정상화, 평화체제구축문제는 차례로 진행되기보다는 상호 연계되어 맞물려 진행되는 것이 좋다는 주장까지, 여기저기서 원론적인 주장들만 하고 있다.” 물론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북한체제의 비정상성을 고발하고 북한체제의 모순에 대한 성찰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는 세미나나 학술대회의 결론은 기존의 대북정책을 더 포괄적으로 발전시켜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어법으로 한반도 문제의 本質(본질)을 가리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특히나 평화체제구축문제는 함부로 섣불리 건드릴 문제는 더더욱 아닌데 너무 쉽게 말하는 인상을 받는다.

우리 배달민족의 태동 이래 처참하게 수많은 외침과 일제점령 치하, 6·25전쟁 등 안보문제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우리 민족이 받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를 잘 아는 학자들이기에, 바라 건데, 좀 더 선명한 결론으로 학자적인 일반담론의 전개에 앞서서 국민들이 더 잘 알아야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현실적인 통일준비를 위한 국민교육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는 주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필자의 맘에 자꾸 와 닿는 것은 우연일까?

분단된 국가, 그것도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전제왕조독재국가 북한을 놓고 일반적인 학술이론과 담론으로 상식선에서 처방을 논하기 전에, 과연 한반도에서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북한을 놓고 갈라진 우리 사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러면 이러한 것을 어찌 처방하여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매우 적어 보인다.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필자는 지난 10년간 이 문제에 대해 수많은 정치외교칼럼들을 써 왔다.

필자는 감히 제안한다.

기존의 정부당국자들이나, 제도권의 언론들이나 지금부터라도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을 양비론적인 시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善(선) 과惡(악)의 관점에서 道德(도덕)이론을 기준으로 시작하고, 그 바탕 위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애국세력들의 본질을 좀 더 알리고, 從(종) 北(북) 하는 세력들의 본질을 더 분석하여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총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맴도는 본질이 모자란 단골 메뉴를 잘 절제하여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한,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통일준비를 위한 학계와 언론계의 더 급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국과 UN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이 아무리 설득하고 압박해도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못할 북한정권,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공의 역사를 알면서도 평화진보세력, 민족화해세력으로 위장하고 북한 편을 들면서 북한 독재정권의 생존논리를 설파하는 時代 錯誤(시대착오) 적인 수구 좌파의 본질에 대한 학계와 언론계의 더 철저한 분석과 비판이 선행되지 않는 세미나나 학술대회는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요식행위가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에 대한 矛盾(모순)을 잘 분석 극복하고 그다음에 북한으로 옮겨가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우려가 크다.

2014.11.18. 박태우 고려대 교수(박태우·한국)/ 대만 국립정치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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