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김미양] 최근 온라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강두천’이라는 말. 여러 상황에 쓰이다 보니 정확히 이 말이 어떤 뜻인지 모르면서 그냥 쓰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과연 자강두천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으며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자강두천이라는 말은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싸움’이라는 말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이다. 말의 뜻으로만 본다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싸움이라는 사자성어 ‘용호상박’과 비슷하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자강두천은 용호상박의 의미보다는 조롱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한 게시물이 큰 호응을 얻으며 유행처럼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이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 최강자 페이커 선수가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OME(Oh My Eye!의 줄임말. 굉장히 저질스러운 경기를 뜻함)스러운 플레이를 한 것을 보고 해당 장면을 캡쳐하여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이라 조롱한 것에서 유래한다.

이에 공감을 한 많은 네티즌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자강두천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주로 단 둘이 남은 상황에서 고만고만한 실력을 보이거나 막상막하인 상황일 때 이를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다.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 같은 서바이벌 게임의 경우 마지막에 1대1 상황을 맞이했을 때 서로 겁을 먹어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상황이나 격투기 같은 경우 서로의 한방을 걱정해 종일 클린치 싸움을 반복하다 결국 판정 승부로 가는 것을 보고 이를 실망스럽게 지켜본 시청자나 관객들이 조롱을 하면서 이 말을 쓴다.

그러나 간혹 말의 의미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정말로 실력이 좋은 두 사람의 제대로 된 승부를 봤을 때도 자강두천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에서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자강두천의 의미와 유래를 모르면 이 말만 접했을 때 그 의미를 온전히 유추하기가 힘든 것이다.

이 말은 온라인에서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외국의 정상들에게도 사용된 바 있다.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은 정상회담에서 지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두고 푸틴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유가 어쨌든 이는 매우 큰 결례이다. 그런데 지난해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이런 푸틴의 지각을 의식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 자리에서 푸틴이 나타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20분 더 늦게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이런 두 정상의 모습을 보고 네티즌들은 ‘진정한 자강두천’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모자라 보이는 싸움을 말하는 자강두천. 자기 어필이 강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말이 쓰일 기회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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