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미국 정부 제재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華爲). 특히 저가의 스마트폰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활약했던 화웨이는 미국의 대표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구글 ‘안드로이드’조차 사용하기 어렵게 되자, 고민이 깊어만 갔다. 그런데 마침내 화웨이가 이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한 듯하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사실상의 블랙리스트인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인텔, 퀄컴, 구글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들로부터 핵심 부품과 운영 프로그램 등을 조달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화웨이가 지난 9일 독자 개발한 OS인 '훙멍'(鴻蒙)을 공식 발표했다. 화웨이는 이날 광둥성 둥관시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대회에서 새 OS인 훙멍을 발표, 공개했다. 발표자로 나선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 부문 CEO는 훙멍을 공개하며 "세계에 더욱 큰 화합과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훙멍은 중국의 신화 속에서 세상이 탄생하기 전 혼돈 상태 속의 신비로운 힘을 뜻하는 말이다. 후 멍의 영어 명칭은 기존에 시장에서 알려진 ARK(아크)가 아니라 화합을 뜻하는 ‘Harmony(하모니)’ OS로 정해졌다.

화웨이는 오랫동안 상하이교통대와 공동으로 리눅스(Linux)를 기반으로 한 독자 OS인 훙멍을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 CEO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안드로이드에서 훙멍으로 교체하는 것은 1∼2일이면 가능하고, 훙멍은 리눅스, 유닉스, 안드로이드 등 다른 프로그램과 겸용이 가능하다.

화웨이는 향후 훙멍이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외에도 태블릿PC, TV, 인공지능 스피커, 자동차 등에서 두루 쓰이는 범용 OS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화웨이는 훙멍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상태다. 특히 화웨이는 마이크로커널(microkernel)을 기반으로 제작된 훙멍이 안드로이드보다 더 원활하게 작동하고 보안성 역시 강한 체제라고 자평했다.

다만 훙멍이 바로 화웨이 스마트폰에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위 CEO는 대표 소비자 상품인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계속 안드로이드를 OS로 쓰겠지만 향후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곧바로 훙멍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일단 이번에 시판되는 아너 브랜드 스마트TV에 훙멍을 처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독자 개발한 만큼 화웨이는 빠르게 고유의 OS를 도입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이르면 올해 가을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독자 OS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공개 시점이 조금 앞당겨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대신 독자 OS를 사용한다고 해도 중국을 제외한 유럽, 동남아, 남미 등 화웨이의 주요 해외 시장에서 받는 타격을 쉽게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나온다. 향후 훙멍이 설치된 화웨이의 새 IT 제품을 쓰는 소비자들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지메일, 구글 지도, 구글 검색 앱 등도 설치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 속에 위기를 겪었던 화웨이가 공들여 개발한 자체 OS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