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최지민] 전 세계에 35,0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맥도날드는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패스트푸드점 중 하나다. 우리 근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맥도날드. 하지만 이탈리아 고대 로마 유적 앞에서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 

1. "고대 유적 옆에는 안돼" 

맥도날드[사진=픽사베이] 
맥도날드[사진=픽사베이] 

맥도날드가 카라칼라 욕장 바로 옆 옛 정원센터 부지에 800㎡(약 242평) 규모의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체인점을 건립하려는 계획이 최근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알베르토 보니솔리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카라칼라 욕장 인근의 맥도날드 체인점 설립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고대 로마 유적 인근에 또 하나의 '햄버거 명소'를 갖겠다는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의 꿈이 좌절된 것이다. 

라지 시장은 보니솔리 장관의 입장이 공개된 뒤 트위터에 "카라칼라 욕장 주변에 패스트푸드점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문화부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로마의 경이로운 유적들은 보존돼야 한다"고 썼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이 맥도날드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도 문화부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2. 로마 황제 카라칼라 만든 대형 공중목욕탕, '카라칼라 욕장' 

로마의 카라칼라 욕장.[연합뉴스제공] 
로마의 카라칼라 욕장.[연합뉴스제공] 

카라칼라 욕장은 로마 제정시대인 216년에 완공된 목욕탕으로, 1천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목욕탕은 매우 뜨거운 물이 든 욕조가 있는 '칼다리움', '테피다리움'(미지근한 물), '프리기다리움'(차가운 물), 그리고 '나라티오'(야외 수영장) 등 여러 개의 독립된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카라칼라 욕장은 바닥 모자이크를 비롯해 건물 뼈대가 일부 남아 있어 보존 가치가 큰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데, 고풍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현재는 오페라를 비롯한 대중 공연장 등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적 보존을 중시하는 현지 문화계를 중심으로 맥도널드 체인점이 카라칼라 욕장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건립에 반대하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돼왔다. 

3. 예술 도시 이탈리에는 맥도날드가 없을까?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있는 맥도날드. [연합뉴스제공]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있는 맥도날드. [연합뉴스제공] 

파스타와 피자 등을 지구촌 메뉴로 정착시킨 이탈리아는 음식 문화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자부심이 강한 나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일반 대중들 사이에선 패스트푸드에 대한 거부감이 유난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6년 로마 한복판에 있는 스페인광장에 맥도날드 1호점 개점을 놓고 전 국가적인 논쟁이 인 것은 유명한 사례다. 격론 끝에 문을 열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탈리아 전통 음식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2017년 전 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맥도날드 체인점이 개장할 때엔 추기경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맥도날드 체인점 수가 매년 급격히 늘어나 작년 현재 578개가 영업 중이다. 이는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프랑스·영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이다. 로마 내에도 40개 이상의 체인점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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