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최지민]  위급상황에 도움을 요청하는 유럽 긴급전화인 '112'번으로 한 소녀의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한 전화가 아니었다. 무려 3번째 걸은 전화였다. 하지만 "그가 오고 있어요, 그가 오고 있어요"라는 말을 남기고는 다급하게 끊은 그 전화가 소녀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1. 3차례 신고에도 경찰은 19시간 만에 현장 도착 

"경찰 부실·늑장대처로 15세 소녀 피살"…루마니아 여론 분노[연합뉴스제공] 
"경찰 부실·늑장대처로 15세 소녀 피살"…루마니아 여론 분노[연합뉴스제공] 

유럽 남동부에 있는 인구 약 2천만 명의 루마니아가 15살 소녀 납치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알렉산드레이 머체샤누로 이름이 밝혀진 이 소녀는 24일 루마니아 남부 카라칼에서 도브로슬로베니에 있는 집으로 가려고 차를 얻어탔다가 납치를 당했다. 

이튿날 오전 머체샤누는 범인의 눈을 피해 세 차례나 112로 신고했다. 머체샤누는 3번째 마지막 전화에서는 급하게 끊기 전에 "그가 오고 있어요, 그가 오고 있어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경찰이 머체샤누가 잡혀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라칼의 한 주택에 진입한 것은 신고 전화를 받은 뒤 19시간 만이었다. 

경찰은 현장의 한 대형 통 안에서 사람의 뼛조각으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옷 조각과 귀금속도 나왔지만, 시신은 없었다. 

66살의 정비공인 게오르게 딘카가 용의자로 체포됐다. 

2. 변호인 "용의자, 경찰 신고한 피해자 외 다른 10대도 살해 시인" 

경찰에 의해 이송되는 루마니아 10대 소녀 살해 용의자 [연합뉴스제공] 
경찰에 의해 이송되는 루마니아 10대 소녀 살해 용의자 [연합뉴스제공] 

알렉산드레이 머체샤누 성폭행·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정비공 게오르게 딘커(65)가 머체샤누 등 10대 소녀 2명을 죽였다고 자백한 것으로 루마니아 관영 아제르프레스가 그의 변호인을 인용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딘커는 체포 직후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결국 머체샤누와 10대 루이제이 멜렌쿠(18)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딘커의 변호인 알렉산드루 보그단은 "의뢰인의 얘기는, 그 10대 2명이 자의로 그에게 갔으나 이후에 의견 충돌이 벌어졌고 딘커가 그들을 때렸는데 그로 인해 그들이 숨졌다고 한다"고 했다. 

딘커가 추가로 범행 사실을 자백한 피해자 멜렌쿠는 올해 4월부터 실종 상태였다. 

멜렌쿠의 부모에 따르면 딸의 실종사건을 맡은 경찰관 일부는 멜렌쿠가 '사랑의 도피'를 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3. 경찰청장 해임에도 민심 분노 

"경찰이 죽였다"…루마니아서 시위[연합뉴스제공] 
"경찰이 죽였다"…루마니아서 시위[연합뉴스제공] 

이번 사건이 상세히 알려진 뒤 루마니아 여론은 당국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에 분노로 들끓었다. 

수백 명이 26일 저녁 용의자의 집 앞에 모여 항의했고, 다음 날에도 수천 명이 수도 부쿠레슈티 도심에서 당국의 태만과 무능, 공감 부족을 비난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내무부 청사 밖에는 소녀를 기억하자며 꽃과 촛불이 놓였다. 

비오리카 던칠러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PSD) 정부는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다른 경찰 고위직 4명을 물러나게 했으나 용의자의 추가 범행이 드러나며 비난 여론은 한층 고조하는 분위기다. 

중도우파 성향의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도 정부를 비판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이러한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게끔 사건을 부실하게 다룬 모든 자들의 사임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루마니아 당국은 긴급 전화를 받은 뒤 신고자의 위치를 찾느라 애를 먹은 데다 신고가 온 주택에 도착했지만, 수색영장을 기다리느라 몇 시간을 더 소비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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