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훈민정음 상주본을 갖고 있다는 배익기(56·고서적 수입판매상) 씨가 문화재청의 서적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국가(문화재청)가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에 나설 명분이 더 커졌지만, 상주본 소재지는 배씨만이 알고 있어 회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훈민정음 혜례본은 조선 세종 28년(1446) 창제 반포된 훈민정음과 동시에 출간된 한문 해설서로 줄여서 훈민정음이라고도 한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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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논란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익기씨는 지난 2008년 집을 수리하다가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방송을 통해 상주본을 처음 공개했다. 그러나 골동품 판매업자 조 씨가 자신의 골동품가게에서 배 씨가 고서적을 2박스 사가면서 몰래 상주본을 훔쳐 갔다고 주장했고, 2010년 2월 배 씨를 상대로 물품 인도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5월 대법원은 조 씨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배 씨는 조 씨에게 상주본을 인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배 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그해 9월 검찰이 문화재 절도죄로 배 씨를 구속,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2012년 2월 배 씨는 형사소송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됐지만 상주본의 행방은 여전히 알리지 않았다.

그해 5월 소유권자 조 씨는 추후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9월에는 배 씨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같은 해 12월 조 씨가 사망하면서 소유권은 문화재청에 넘어갔다. 이후 2014년 5월 배 씨는 3심에서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1·2심은 모두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상주본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시간이 흘러 2015년 3월에는 배 씨 집에 불이 나면서 상주본 한 장이 소실되고 나머지도 불에 그을리는 등 상주본이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7년 4월 배 씨는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상주본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히며 경북 상주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고, 상주본 한 장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배 씨가 낙선하면서 자발적 공개는 무산됐고, 문화재청과 배 씨의 법정공방이 계속 이어졌다.

한편 배익기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으며 상주본이 잘 있냐는 질문에 “민감한 사안이라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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