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김아련 / 디자인 이연선] 지난 5월 28일 아침 일본 도쿄 인근의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다마구에서 51세 남성이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초등생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난동을 부린 가해자는 사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죽여버리겠어"라고 외쳤고,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을 보면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해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현장에서 자살한 범인은 장기간 취업을 하지 않은 이른바 중년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인에 대해 해를 가하는 '묻지마 살인' 사건을 '도리마 범죄'라고 한다. 여기서 ‘도리마’란 길거리의 악마라는 의미인데 길에서 다수의 시민을 무차별하게 살해하는 범죄자를 말한다.

지난 5월 28일에 발생한 비극적 도리마 살인 외에 일본의 대표적인 도리마 범죄는 2008년 6월에 일어난 ‘아키하바라 살인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도쿄의 번화가 아키하바라에서 한 남성이 보행자가 밀집된 ‘차 없는 도로’ 쪽으로 트럭을 돌진시켜 행인들을 들이받은 후에 차에서 내려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범죄였다. 이 사건 역시 한 남성이 사회에 불만을 품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무려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당해야 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고속철도인 도카이도 신칸센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20대 초반 남성이 짜증이 난다는 이유로 승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승객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그리고 지난해 1월에는 히로시마시에서 한 남성이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흉기로 습격해 2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1년에는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에 남성이 침입해 아동 학생 8명을 살해한 사건도 일어났다.

이처럼 일본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도리마 살인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었다.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은 이런 도리마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아 지난 10년간 70건이나 발생해 2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도리마 범죄로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5월 발생한 가와사키시의 참극으로 일본 사회는 슬픔과 경악에 빠졌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고 어린 아이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데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관계 부처에 학생들 등·하교 시 안전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불특정 다수에 무차별 피해를 입히는 묻지마 살인과 폭행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도리마 범죄와 묻지마 살인.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다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 문제로 비화된 이런 현상에 대해 정확한 원인 분석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