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문화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 잦아지면서 국민들에게 소소한 기쁨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영화계에서 자랑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5월26일 막을 내린 제 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린 것.

'봉준호 감독' 다룬 MBC 스페셜 [MBC 제공]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봉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녹아있는 연출과 전개에 한국 사회 현실 문제를 맛있게 비벼내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고,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를 받아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다운 영화라는 찬사를 많이 받는다. 특히 설국열차에서도 잘 보여준 빈부의 격차, 특권층, 양극화 등 다소 어둡고 칙칙한 이야기를 기생충에서 봉 감독의 재치와 함께 잘 투영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가난한 자와 부자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면서 "양극화라는 경제 사회적 단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황금종려상 들어보이는 봉준호 감독(좌)과 송강호 [연합뉴스 제공]

또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 후반 작업 당시 구상한 영화 ‘기생충’을 두고 많은 관객이 두 작품의 연관성을 찾으려 한다. 봉준호 감독은 "4인 가족과 4인 부자 가족이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는 것이 최초의 출발점이었다"면서 "설국열차도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지만 장르가 SF였고, '기생충'은 일상과 현실에서 가까운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보면 어떨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그만의 예술성의 원천은 어디일까? 그의 DNA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의 예술적 감각이 타고난 것임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널리 알려진 대로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6)으로 1934년 출판된 단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1930년대 청계천변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담아낸 소설 '천변풍경'으로 유명하다.

봉준호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봉준호 감독의 아버지는 지난 2017년 별세한 봉상균 씨다. 그는 서울산업대(현 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 교수와 한국디자이너협의회 이사장 등을 지낸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누나 봉지희(57)씨 역시 모 대학교의 패션산업과 교수로 역임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탄탄한 스토리와 예술적 감각 외에 장면과 컷에도 강하다. 예고편마저도 강한 흡입력을 지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것은 봉준호 감독의 ‘만화’ 사랑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옥자' 연출하는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제공]

그림에도 재능이 있던 봉준호 감독은 대학 시절 교내신문인 '연세춘추'에 한동안 만평을 연재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대학등록금 인상 문제 등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비판적 시각과 함께 재기발랄한 터치로 그려냈는데, 그가 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풍자적 요소가 이때부터 남달랐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만화광으로 알려진 그는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의 각본을 만화 콘티로 직접 그려, 촬영에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옥자' 속 유전자 변형 슈퍼돼지나 '기생충' 속 인물들의 복잡한 동선 등 영화 속 모든 장면이 거의 정확하게 콘티에 담겨있는데, 그가 '옥자' 때 그린 각종 일러스트와 스토리보드 등은 공식 아트북에 담겨 출간됐을 정도다. 봉준호 감독이 이번 기생충 영화를 제작하면서 표준근로계약까지 지키며 총 77회 만에 촬영을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디테일한 콘티 덕분이라는 후문이 자자하다.

소감 밝히는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제공]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국의 영화인이자 예술인 봉준호 감독. 사실 칸영화제 수상이 작품성에 대한 이름표가 될 수는 있어도 흥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 특유의 높은 완성도와 풍자적인 요소는 관객들에 높은 만족감을 주며 흥행 성적도 ‘A’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확고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컷에 담을 줄 아는 그리고 공감력과 호소력까지도 겸비한 감독 봉준호, 그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이 참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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