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1회 방송을 시작한 '개콘'이 오는 19일 방송으로 어느덧 1천회를 맞았다. 역대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이자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원조로, '갈갈이 삼형제', '마빡이', '대화가 필요해', '분장실의 강선생님', '달인', '봉숭아 학당' 등 무수히 많은 히트 코너와 스타 코미디언을 낳았다.

하지만 한때의 영광도 이젠 과거일 뿐, 매체 환경이 바뀌고 콩트가 예전만큼 힘을 못 쓰는 시대가 되자 굳건하던 '개콘'은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SBS TV '웃찾사', MBC TV '개그야' 등 우후죽순 생겨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전부 폐지되고 이젠 '개콘'과 tvN '코미디 빅리그'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유민상_인스타그램)
(유민상_인스타그램)

2000년대 초반 '개콘'은 직장인, 초등학생 할 것 없이 화제 코너 유행어를 줄줄 따라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최근엔 트렌드에서 뒤처진 형식과 외모 비하·가학성 논란으로 인한 지속적인 부진에 시달린다.

이러한 위기 속에 '개콘' 1천회 기자간담회는 '개콘'의 위기 극복 방안과 미래 방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1천회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지만, 이러한 취지를 무색케하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잇따르자 일부는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기도 했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개콘'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종재 PD는 "과거에 못 미치는 건 알고 있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며 "구체적 성과가 잘 보이지 않아 저도 답답하고 같이 하는 개그맨들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전유성, 백재현, 컬투 등과 함께 '개콘' 창시 멤버인 김미화는 "'개콘'이 처음엔 신선했지만 한 20년 정도 지나오니 식상할 수도 있다"면서도 "공개 코미디가 오늘날 안 맞는 건 아니라고 본다. 조금 더 시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히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형근 PD는 "KBS는 공영방송"이라며 트렌드에 뒤처진 듯한 공개 코미디와 콩트가 오늘날 지니는 의의를 강조했다. 그는 "20년간 '어떻게 웃길까'만 고민했지, '어떤 웃음을 줘야 하나, 어떤 웃음이 필요한가'라는 웃음의 본질에 대해선 크게 고민을 못 했다"며 "어쨌든 사람을 웃겨야 한다는 코미디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을 1천회를 기점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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