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런던의 명물인 소프트 아이스크림 트럭이 당국의 대기오염 단속과 함께 퇴출 위기에 처했다. 다수의 소프트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자 이를 없애려는 취지인데, 아이스크림 냉동기는 엔진을 끄고도 가동할 수 있지만,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계는 트럭의 엔진을 켜야만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런던 시의회가 아이스크림 트럭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아이스크림 트럭이 다량의 오염물질을 내뿜는다는 이유에서다.

런던의 명물 소프트아이스크림 트럭 (연합뉴스 제공)

대기오염 문제는 지난 수년간 런던을 괴롭혔다. 장기간 대기오염에 노출된 탓에 런던에서 매년 9천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환경 운동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을 요구하며 런던의 주요 명소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고, 영국 의회는 8일 기후변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 후 환경 당국은 지난달 런던 중심부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노후차량에 벌금을 부과하기로 한 바 있다.

이렇게 환경 문제가 영국 정계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면서 '영국의 가장 행복한 유년기 추억'으로 불리는 아이스크림 트럭이 유탄을 맞은 셈이다. 녹색당 소속 캐롤라인 러셀 시의원은 "지자체들이 몇 시간 동안 엔진을 돌리며 매우 심각한 오염물질을 내뿜는 디젤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국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사라질 국면을 맞이하자 아쉬워하는 부류도 상당하다. 우선 영국의 아이스크림 산업 단체인 '아이스크림 동맹'의 젤리카 카 대표는 "거리에서 아이스크림 트럭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런던 시민도 올여름 아이스크림 트럭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실망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내 99 플레이크(초콜릿 막대를 꽂은 소프트아이스크림콘)에 손대지 마"라고 적었고, 다른 이용자는 "의회는 참 유머 감각이 없다"고 불평했다.

런던의 명물 소프트아이스크림 트럭 (연합뉴스 제공)

한편에서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런던의 지자체와 지방의회들은 아이스크림 트럭이 디젤 엔진 대신 발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주요 지점에 전력 공급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램버스와 이즐링턴 자치구는 이미 공원에 전력 공급원을 설치했으며, 리치먼드와 타워 햄리츠 자치구 역시 이를 검토 중이다. 또 영국에서 가장 깨끗한 자치구를 표방하는 해머스미스와 풀럼 의회는 지하철 정류장 밖에서 종일 디젤 엔진을 가동한 한 무면허 아이스크림 판매자의 트럭을 전기 세발자전거로 바꾸게 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퇴출 위기에 놓이 런던의 명물 소프트 아이스크림 트럭. 과연 문화와 환경보호 양 쪽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명쾌한 해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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