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차량에 고장이 발생해 수리를 맡겼는데, 수리 완료된 차량에서 더 큰 결함이나 화재 등이 발생하면 보상 받을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일은 실제로 자동차 동호회와 커뮤니티 등에 피해 사례들이 올라 온 바 있는데, 대부분 법정 공방이 길어지거나 소비자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한 판례가 앞으로 이런 사건들에 있어 소비자 보상 방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차량 딜러사에서 차를 수리한 직후 일어난 화재에 대해 딜러사의 과실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온 것.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이지현 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이 BMW 국내 공식 딜러사인 코오롱글로벌(모터스)을 상대로 6천165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한 소송에서 청구액 전액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BMW 차주인 김 씨는 2015년 11월 코오롱모터스의 지방 서비스센터에서 엔진 떨림 등을 이유로 차 수리를 맡겼다. 센터는 점화코일과 인젝터 교체 등 작업을 마친 뒤 김 씨에게 차를 돌려줬다. 그런데 김 씨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으나 40여분 후 엔진룸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에 김 씨는 당시 계약했던 차량 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으로부터 잔존물 가액 35만원을 제외한 차량손해보험금 6천165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롯데손해보험은 이번 화재가 코오롱모터스가 차량 수리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오롱모터스는 차량을 수리할 때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며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된 이 사건. 법원은 롯데손해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판사는 "최초 발화부가 엔진룸 우측 부분으로 추정되고, 피고가 수리한 부분은 엔진룸 우측 부분에 있는 연료 라인 파이프 교체 및 인젝터 교환"이라며 "그 부분 수리가 잘못됐다면 연료가 누설될 수 있고 연료가 누설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또 "엔진룸 우측 부분의 전선 일부에서 단락흔(전선이 끊어진 흔적)이 발견되는데, 아크(전기적 방전에 의해 전선에 불꽃이나 스파크가 발생하는 현상)에 의해 화재가 생길 가능성도 있으나 화재 후 합선돼 생성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가 차를 수리하고 인도해 김 씨가 운행한 지 약 40분 만에 화재가 발생했고, 그 사이 화재 원인이 될 만한 다른 시설이나 요인이 없는 데다 화재가 실화나 방화에 의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례는 앞으로 유사 사건들의 판결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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