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연선] 군인들이 대표적인 비상식량이자, 일반인의 간식거리이기도 한 ‘건빵’에 대해 알아보자.

건빵은 쌀이나 밀 등 곡류의 가루를 이용해 발효와 굽는 과정을 거쳐 수분 6% 이하로 만든 음식이다. 원료는 식빵 등과 거의 같고, 제조법은 크래커와 유사하나, 곡류의 가루 외 부원료의 사용량이 적은 것과 검정깨가 쓰이고 있는 점이 다르다.

군용 건빵의 포장을 보면 ‘증식(增食)용’이라는 말을 볼 수 있다. 이는 비상 또는 전시 상황 시 식사가 부족할 때 배를 채우는 의도로 배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건빵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가 존재해 왔다. 특히 고대 로마시대부터 군용식량으로 쓰였을 정도로 대부분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와 이름의 건빵이 오랫동안 군대음식으로 전해져왔다.건빵은 수분이 거의 없어 보관기간이 길어 전투식량으로 적합하다. 봉지에 표시된 유효기간은6개월이지만, 실질적으로 먹을 수 있는 기한은 3년으로 알려져 있고, 다수의 전문가에 따르면 밀봉된 봉지 그대로 상태라면 3년 이상 지나도 멀쩡하다. (시중의 건빵은 꼭 유통기한을 지켜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건빵은 수분이 거의 없는 음식으로 딱딱하고 퍽퍽해 한 번에 많이 먹기 힘들다. 심지어 19세기 서양에서 군인들이 먹던 건빵은 벽돌처럼 단단해 망치 등으로 부순 후 물에 불려먹었을 정도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건빵은 단독으로 먹는 방법 외에 튀겨 먹거나, 잘게 부셔 우유에 불려 먹는 등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요리법이 전해지고 있다.

건빵 중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별사탕’이다. 별사탕은 건빵에 달콤함을 더해주는 것은 물론, 침 분비를 촉진해 목매임을 방지하는 효과를 지니기도 한다.

이렇게 별사탕과 단짝처럼 만들어진 건빵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 둘이 결합된 건빵은1940년대 그들의 침략 야욕과 함께 아시아 전역에 전파되었다. 국내에는 1945년 해방 당시 일본군이 철수하면서 경기도에 약 1600섬의 건빵과 건빵 공장을 두고 갔다고 전해진다. 이를 토대로 이후 6.25전쟁 이후 미국의 밀가루 원조가 시작되면서 국내 기술로 건빵이 본격적으로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건빵을 둘러싼 다양한 군문화가 만들어지고 변화가 일기도 했다. 우리 군은 1990년부터 개량된 신형 위장 군복이 보급됐다. 신형 위장 군복의 바지 좌우측에는 카고 포켓이 달려 있었는데, 카고 포켓에 건빵을 넣어 다니는 습관이 퍼지면서 이 주머니를 건빵 주머니라 불렀고, 명칭이 익숙해지자 나중에는 그런 주머니가 달린 바지를 ‘건빵 바지’라 부르기도 했다.

또 주로 밀가루로 만들어지던 건빵이 밀가루가 귀해지자 1990년대 들어 쌀 소비 촉진 차원에서 쌀가루를 첨가한 쌀건빵도 배급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군부대 식단이 다양해지고 PX 내 다양한 간식거리가 생겨나면서 신세대 장병들에게 건빵은 점점 퍽퍽하고 맛없는 천덕꾸러기가 되어갔다. 이에 군은 신세대 장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올해부터 퍽퍽함을 최소화 한 채소 건빵과 참깨 건빵을 보급하고 있다.

군대의 특수성과 일제 침략의 역사가 담긴 건빵.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증식용’으로 보급되었던 우리 건빵은 앞으로 또 어떤 사회상을 반영하며 변화를 이루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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