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옳았다. 세계 과학사 최초로 ‘실제 블랙홀’을 관측하는데 성공하여 그의 이론을 궁극적으로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10일 국내 천문학자를 포함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EHT는 블랙홀 영상을 포착하기 위해 국제협력을 통해 구축한 지구 크기의 거대한 가상 망원경으로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관측 결과는 이날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 제공)
(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 제공)

블랙홀은 빛마저 흡수하는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홀의 이미지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예측 모델일 뿐이었다. 

사건지평선(Event Horizon)은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지대를 말하는데 블랙홀은 이 곳을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든다. 따라서 블랙홀 주위에 있는 천체나 빛들은 왜곡되어 블랙홀 주위를 휘감으며 실제로는 볼 수 가 없는 블랙홀의 윤곽을 만들어낸다. 이를 ‘블랙홀 그림자(Black Shadow)’라고 부르며 영화 인터스텔라가 묘사한 블랙홀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 구조와 중심부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 그림자를 발견했다. 또한 M87 사건지평선은 약 400억㎞에 걸쳐 드리워진 블랙홀 그림자보다 2.5배가량 더 작다는 것을 밝혀냈다.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인 네덜란드 래드버드 대 하이노 팔크 교수는 "만약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가스로 이뤄진 원반 형태의 지역에 담겨 있다면, 그림자 같은 어두운 지역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상한 바지만, 우리가 이전에는 전혀 직접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관측에 성공한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천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셰퍼드 도엘레만 박사는 "우리는 인류에게 최초로 블랙홀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며 "이 결과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성과"라며 자평했다. 

실제 관측은 2017년 4월 5∼14일 6개 대륙 8개 망원경 참여를 통해 진행했는데 참여한 망원경은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와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m 망원경,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서브밀리미터 집합체(SMA), 서브 밀리미터 망원경(SMT), 남극 망원경(SPT) 등이다. 

또한 지구의 자전을 이용해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이 도입되어 마치 1.3mm 파장 대역에서 하나의 거대한 지구 규모의 망원경이 구동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EHT 연구진은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한 뒤 이를 역추적하여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만들었다. 이 때 사용한 슈퍼컴퓨터는 독일 막스 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헤이스택 관측소에 있는 슈퍼컴퓨터였다. 

우리나라 역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한국천문연구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서울대·연세대 등의 8명이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고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힘을 보탰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라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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