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김아련 수습기자] 최근 신곡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방향으로’를 내며 음악은 물론 DJ, 작사, 작곡, 출판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방송인 ‘래피’. 그는 Mnet 프리스타일 랩 배들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말로 사람을 살리는’ 강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PART1. 팔방미인 ‘래피’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사, 작곡가이자 래퍼, DJ, 저자, 인문학 강사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글 쓰는 DJ 래피'입니다. 저의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활인(活人')인데요. 활인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입니다. 활인의 활(活)은 삼수변에 '혀 설(舌)'이 합쳐진 단어로 결국 말이 사람을 살린다는 거지요.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느냐가 결국 사람을 살리고 나를 살립니다. 저는 물(水)처럼 친절하고 부드럽게 혀(舌)를 움직여 말과 글로, 음악과 방송으로 사람을 살리려고 합니다.

[사진/ 방송인 래피제공]
[사진/ 방송인 래피제공]

-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992년 진주고 2학년 때 학내 록밴드 '비 갠 오후'의 보컬로 활동하며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고등학교에 동아리가 없던 시절이라 연습할 곳이 없어 비닐하우스를 빌려 연습을 했었죠. 경찰관이었던 아버지는 저의 밴드 활동을 끔찍하게 싫어하셨고 그런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저는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수능 1세대입니다. 수능을 잘 봐서 수도권 대학으로 가는 게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죠. 이를 악물고 하루 3시간 자면서 공부를 했어요. 그렇게 딱 1년 공부 끝에 경희대 섬유공학과 94학번이 되었습니다.

- 랩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말씀드렸듯이 저는 원래 록밴드 보컬 출신입니다. "록 음악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고 외치던 때였어요. 상당히 편협했었죠. 대학 록밴드 동아리에 오디션을 보러 갔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군 입대 전에 용돈을 벌려고 디제이 알바를 했어요. 이때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됩니다. 해외 최신 음악을 들으며 록 이외의 음악에도 마음을 열었죠. 특히 힙합 음악을 듣는 순간, '이거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90년대 초반, 국내에 힙합은 아주 생소한 장르였어요. 서태지가 겨우 랩을 들고 나왔을 때니까요. 제대하고 바로 1998년에 친구와 함께 경희대 최초 힙합동아리 래빈을 만들었습니다. 그 동아리가 올해 20주년을 맞았고요, 20주년 공연도 준비 중입니다.

[사진/방송인 래피제공]
[사진/방송인 래피제공]

- 2000년도 Mnet 프리스타일 랩 배틀대회 우승했을 때의 소감은 어땠나요?

경희대 힙합동아리를 만들면서 대학 힙합동아리 연합회를 동시에 결성했었는데요, 출범 초기에는 4개 학교만 있었습니다. 당시에 같이 활동했던 뮤지션들 중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래퍼들도 있어요. 스컬이나 최자, 개코 등도 대학 힙합동아리 연합회 공연을 같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공연만 하다 보니 뭔가 돌파구가 없었어요. 마침 그 시점에 국내 최초의 힙합 방송이 케이블 채널 Mnet이 생겼는데 저나 동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등용문이 될 수 있었던 기회였죠. 지금의 쇼미더머니나 다름없는데, 최초의 대회다 보니 상금 같은 건 전혀 없었지만 우승하고 나서 힙합 방송 내 랩 배틀 코너의 진행자를 맡게 되어 메인스트림에서 제 최초의 커리어가 됐습니다.

- 신곡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방향으로’는 어떤 곡이죠?

재즈를 기반으로 한 힙합 곡인데요. 제가 글재보(글 쓰는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닉네임을 붙여준 재즈 보컬 남예지 씨와 함께 한 곡이에요. 사실 재즈 보컬 남예지 씨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요. 2018년에 《어쩌다 어른》이라는 곡으로 이미 호흡을 한 번 맞췄었죠. 이번엔 특별히 한국의 장 자크 상페라 불리는 하재욱 작가의 작품을 앨범 커버로 만들었어요. 연주는 래피 밴드의 명품 연주자들이 완성해주었습니다.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방향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묵묵히 자기의 길을 밟아나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만든 곡입니다.

[사진/ 방송인 래피제공]
[사진/ 방송인 래피제공]

-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이렇다 할 성공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오히려 그게 저를 꾸준히 음악을 만들게 하고 묵묵히 달려올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었어요. 아마도 이전에 큰 성공을 경험했더라면 교만의 구름을 타고 다니며 우쭐댔을 거예요. 다양한 실패와 상처들이 저를 성숙하게 만들고 현실 앞에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 누구로부터 어떤 말을 들어도 받아들일 준비가 항상 되어있습니다. 그게 꾸준함의 비결인 거 같아요.

- 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요즘 학생들은 수행평가에도 랩이 있는 거 아시나요? 랩으로 만든 동요도 있습니다. 이제 랩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말을 하기 전부터 음악적 감각이 있었다고 합니다. 생명체는 리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소위 ‘생체리듬’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이 무너지면 건강도 무너지지요. 인간의 리듬을 보호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노래가 바로 랩입니다. 랩은 생명체 속에 흐르고 있는 리듬을 확인하고 발산하는 역할을 하죠. 이는 결국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주고 랩은 잠자던 생체가 리듬을 회복하고자 하는 본능입니다.

[사진/ 방송인 래피제공]
[사진/ 방송인 래피제공]

- 작사, 작곡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어떤 곡들을 만들었나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현재 188곡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곡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장르를 가리지 않는데요, NC 다이노스 야구단 응원가로 쓰이고 있는 한민관의 《치킨이닭》과 치어리더 가수 손지해의 《Handsome People Hands Up!》은 EDM, 유일한의 《와따네》 같은 경우는 트로트, 심지어 《다이노 파워》는 유아 공룡송 랩 동요입니다. 최근 유튜브 조회 수 30만이 넘었어요. 그밖에 힙합, Rock부터 CCM까지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나요?

가사가 중요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제 모든 활동의 기본 가치관은 활인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언제까지라도 사람을 살리는 음악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새 작품을 논의 중인 트로트 가수와 힙합 가수 등이 있지만, 저는 제 음악도 중요해요. 재즈와 Rock부터 디스코까지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요. 우선 의뢰받은 외부 작업 먼저 끝내놓고 제 음악은 급할 게 없기 때문에 쉬엄쉬엄 하나씩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사진/ 방송인 래피제공]
[사진/ 방송인 래피제공]

음악은 물론 작사, 작곡에 대한 열정도 넘치는 방송인 래피. 고등학교 시절 처음 시작한 음악이 꾸준히 이어올 수 있던 원동력도 그의 넘치는 열정과 추진력에서 나오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시간에는 지난해 출간한 책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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