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민정] 최근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대한민국에 여전히 ‘머슴제도’가 존재하는 것 같다. 머슴은 주인이 머슴밥이라도 두둑하게 잘 챙겨줬지만, 아파트 경비원은 주민이 빵을 던져주고 집어 먹으라고 했다고 하니, 머슴은 고사하고 인간적인 대우마저 제대로 해 주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7일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강남구 압구정동의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사진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10일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30분쯤 경비원 이모(53)씨가 입주민이 자신에게 맡긴 열쇠로 그랜저 차량에 탑승한 후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차량에 불이 나자 근처에 있던 다른 경비원들이 소화기로 이씨의 몸에 붙은 불을 껐으나 이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 경비원들의 말에 따르면 이씨는 입주민들로부터 지속적인 인격모독을 당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한다.

동료 경비원은 “청소 상태가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인격모독을 하고 화장실만 가도 왜 자리를 비우냐며 따졌다”며 “이씨는 사건 당일에도 한 주민에게 언어폭력을 당하고 홧김에 분신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비원은 주민들 대신 주차를 해주기도 한다”며 “베란다에서 이 씨를 향해 빵을 던지며 여기 빵 있으니까 집어먹으라고 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라고 하소연 했다.

현재 이씨가 자살시도를 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그가 그동안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만큼은 동료 경비원들이 증언해 주고 있다.

경비원 폭언·폭행 문제는 날이 갈수록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이사하는 이웃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의 뺨을 때리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지난 8월 한 아파트 입주민은 경비원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먹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주택관리공단으로 입수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비원이 입주민들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716건에 달한다고 한다.

2년 전 법원은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자살한 경비원에 대해 입주민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비원에 대해 머슴이나 하인쯤으로 여기는 인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경비원도 인격체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와 남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사건들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제도적으로도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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