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김아련] 비가 오기 전이나 비가 온 후에 특유의 냄새를 맡아본 적 한번쯤 있을 것이다. 상쾌하기도 하면서 흙냄새 같기도 한 이 냄새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이 비의 냄새를 보통 ‘페트리코(petrichor)’라고 부른다.

페트리코는 그리스어로 돌을 의미하는 ‘페트라(petra)’와 신화 속 신들이 흘린 피를 뜻하는 ‘이코(ichor)’라는 말을 합친 것이다. 비 자체에 냄새는 없지만 마른 땅이 젖으면서 진행되는 독특한 화학 반응 때문에 페트리코가 나타난다.

[사진/pixabay 제공]
[사진/pixabay 제공]

‘페트리코’는 비가 내리기 직전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특유의 흙냄새를 풍긴다. 또 비가 많이 내렸을 때 페트리코 냄새는 빠르게 바람을 타고 날아가 사람들에게 비 소식을 미리 알리고, 이 비 냄새는 폭풍우가 지나고 땅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사라진다.

호주 과학자들은 1964년 페트리코가 형성되는 과정을 처음으로 기록했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과학자들은 2015년 페트리코가 형성되는 과정을 연구했다. 과학자들은 비 냄새가 상쾌한 냄새와 흙내가 감도는 이유를 화학적 합성물의 조합이라고 말했다.

페트리코를 만드는 요인에는 먼저 '방선균류(actinobacteria)'라는 미생물이 있다. 이 작은 미생물은 시골, 도시 뿐 아니라 해양 환경에서도 발견된다. 이 미생물들은 죽거나 부패한 유기물질이 식물이나 다른 유기체에 영양소가 되도록 단순한 화합물로 분해한다. 활동의 부산물로는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진다.

알코올의 한 종류인 지오스민은 물방울이 땅을 적시면 공기로 뿜어져나가고, 비가 내린 후에 지오스민의 농도는 훨씬 더 높아진다. 이 물질이 페트리코 냄새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오스민이 알코올 분자와 다른 점은, 알코올에 비해 지오스민은 복잡한 화학구조로 인해 향이 약하다.

비가 내리지 않은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건조한 상태인 경우에는 ‘방선균류’ 미생물의 분해활동 속도가 느려진다. 그러다가 비가 내리기 전이나 후에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지고 땅이 촉촉해지면서 미생물들이 활동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지오스민이 형성 된다.

사실 지오스민은 향수의 원료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비 냄새에 ‘페트리코’란 이름을 처음으로 붙인 이자벨 베어와 RG 토머스 연구원에 따르면 1960년대 초,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 주에서 이 향을 따로 채취해 ‘마띠 카 아따르’라는 향수를 만들어 판매했다.

조향사들은 지오스민이 굉장히 강한 향이 나며 자연에서 나는 원시적인 느낌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성분은 다른 물질과 희석시켜도 인체는 이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생수나 포도주에 섞어 먹기도 한다.

촉촉한 봄비가 내릴 때 상쾌한 ‘페트리코’ 냄새를 맡는 것. 봄을 맞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