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사람의 성(性)을 남녀 두 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을까? 과거에는 이분법적인 성 분류가 당연시되었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례를 통해 이 장벽이 허물어지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추세다. 특히 정신적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 성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스스로 심각한 혼란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남성과 여성으로 명확히 분류되지 않는 제3의성 ‘간성(間性’)이라 불린다.

간성은 암수가 따로 나눠져 있는 개체에서 나타나는 암(자형)과 수(웅형)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는 중간 형태나 성질을 가진 개체를 말한다. 많은 식물과 동물에서 이러한 간성이 나타나는데, 물론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간성은 흔히 1차 성징, 2차 성징, 3차 성징 어느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고 심각한 정도도 각각 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때 간성 중 암컷형질을 강하게 나타내는 것을 ‘자간성’, 수컷형질을 강하게 나타내는 것을 ‘웅간성’이라 분류한다.

동물과 식물계에서 나타나는 간성은 생물학적으로 신기하게 여겨지고 연구 대상으로 분류되어왔지만,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간성은 차별의 요소가 되어왔다. 따라서 많은 성소수자들처럼 ‘간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짐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것들이 조금씩 붕괴되어 많은 국가에서 ‘간성’을 제3의 성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네팔, 태국, 캐나다 등이다. 또 작년부터 독일에서도 출생 기록 서류에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 간성을 등록할 수 있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지난해 8월 공식 기록에 성별을 적을 때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제3의 성(diverse)'을 등록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는 앞서 2017년 11월 독일 헌법재판소가 성별을 기록할 때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적어 넣도록 허용하거나 성별 작성을 아예 없애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실제 간성을 가진 한 사람이 소송을 걸면서 일기 시작했다. 앞서 한 독일인은 출생기록부에 자신의 성별을 '여성'에서 '간성' 또는 '제3의 성'으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이 독일인은 재판부에 유전자 분석 결과를 제출했는데, 'X 염색체' 하나만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보통 여성의 경우 'XX', 남성의 경우'XY' 두 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성 정체성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 간성은 스포츠계에서도 종종 ‘차별’ 논란을 불러왔다. 주로 여성 간 경쟁이 벌어지는 종목에서 남성과 같은 신체능력을 지닌 ‘간성’의 여성 선수와 일반 여성 경합이 공평한 지가 논점이다.

특히 육상의 경우 남아공의 간판스타 ‘캐스터 세메냐’를 둘러싸고 간성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캐스터 세메냐는 올림픽 여자 800m 2연패를 달성하는 등 현재 중거리 절대강자로 꼽힌다. 그런데 세메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아 성별 논란에 시달려 왔다. 신체적으로 여성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세메냐는 호르몬 적으로 보면 여성보다 남성에 더 가까운 ‘간성’적인 특징을 보이는 것.  

상황이 이러자 세메냐와 경쟁해야 하는 다른 선수들 중심으로 ‘간성’적인 특성을 보이는 선수와 일반 여성 선수가 함께 경쟁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지난해 4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은 대회 개막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받아 수치를 낮추거나, 남자 혹은 간성(intersex) 경기에 나가야 한다”며 일반적 여성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세메냐가 속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연맹이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연맹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역시 IAAF의 새 규정이 '여성의 성 정체성에 전형의 잣대를 들이댄 차별'이라는 취지의 항의서한을 공개하기도 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성 ‘간성’. 오랜 시간 인류는 두 가지 성으로 ‘성별’을 규정해 왔다. 하지만 생물학의 발전으로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할 수 없는 다양한 경우가 존재한다고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별의 구분 역시 과학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어야 하는 것일까? 제3의성 간성을 둘러싼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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