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김미양] 벡델 테스트는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고안한 영화의 성평등 정도를 알아보는 테스트이다. 이 테스트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

1.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2.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3.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영화가 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미 각본 단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무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벡델 테스트는 여성이 영화에 얼마나 등장하느냐에 따른 양적 기여도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영화에서 여성의 비중에 대한 얘기는 할 수 없다.

영화 ‘퍼시픽 림’은 거대한 로봇이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 괴수와 생사의 결투를 펼치는 SF영화이다. 이 영화는 사람이 탑승하는 거대 로봇, 압도적인 거대 괴수가 등장하여 이런 요소들을 좋아하는 ‘남자의 꿈’을 실현시켜준 영화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롤리 베켓’과 여자 주인공인 ‘마코모리 ’의 이야기를 주요 스토리로 삼고 있다. 특히 이미 완성형인 롤리 베켓 보다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여 조종사로서 성장하는 마코모리 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핵심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이름을 가진 여자가 마코모리 뿐이고 군대라는 특성상 마코모리 가 대화를 나누는 대상은 모두 남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남성 편향 작품이라 말하기에는 마코모리 가 남성인 롤리 베켓보다 격투 능력이 좋게 표현되었고 스토리에 있어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 할 수 없다. 따라서 벡델 테스트를 통해서는 이 영화에 대한 성평등 정도를 테스트하기에 부적절하다 할 수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는 ‘마코모리  테스트’가 만들어졌다.

마코모리  테스트는 텀블러 사용자인 ‘chaila’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적어도 한 명의 여성이 등장하는가?
2. 등장하는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3. 여성의 이야기가 남성 인물의 이야기를 보조하는데 그치진 않는가?
이 테스트는 여성의 양적인 기여도 보다 여성이 영화의 중심인물로서 얼마나 독립적이고 얼마나 비중이 있는 지를 따지게 된다.

‘퍼시픽 림’같은 경우 남탕일 수밖에 없는 군대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서 마코모리 는 한 명의 당당한 로봇 조종사로 인정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결국 해내는 인물이다. 내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여성이 한 명 더 나오지 않고 서로 대화하지 않았다고 해서 여성을 배제한 영화라 평가할 수 가 없는 것이다.

산드라 블록 주연의 영화 ‘그래비티(2013)’ 같은 경우도 영화 내내 산드라 블록만 나오고 그의 이야기만 나오지만 여성이 산드라 블록 한 명만 나오기 때문에 백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하지만 결코 이 영화를 남성 편향의 영화라 할 수 없다.

이처럼 마코모리 테스트는 단순히 여성의 등장에만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과 비중에 의의를 두기 때문에 벡델 테스트와 함께 영화의 성평등 정도를 평가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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