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이순재 오늘 새벽 별세...향년 91세

한국 연기의 산증인으로 불린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1세다.

고령에도 철저한 건강관리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그는 올해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KBS 2TV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마지막까지 무대를 지켰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4살 때 서울로 내려왔고,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영화 ‘햄릿’을 접하며 연기를 결심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활동하며 한국 방송사의 성장 과정과 함께했다.

그는 ‘나도 인간이 되련다’, ‘동의보감’, ‘야인시대’, ‘엄마가 뿔났다’ 등 14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고, 1990년대 국민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대발이 아버지’ 역할로 시청률 65%를 이끌며 시대적 캐릭터를 남겼다.

사극에서도 ‘허준’, ‘상도’, ‘이산’ 등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고, 70대 이후 ‘거침없이 하이킥’ 시리즈로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는 활력 넘치는 모습으로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며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 등에 출연했고, 방대한 대사를 완벽히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2023년에는 연출자로 데뷔해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대극장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에는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을 수상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잠시 활동해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을 지냈고,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