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그리워요”...한류와 도시경험이 만든 ‘서울병’ [지식용어]

2025-11-19     양원민 기자

요즘 중국 젊은 사람들 사이 서울을 다녀온 뒤 SNS에 그리움을 쏟아내거나, 서울의 거리 풍경과 한강의 야경, 편의점 음식 사진까지 추억하듯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어째서 서울을 그리워할까. ‘서울병(首尔病)’을 들여다본다.

‘서울병’은 한국을 다녀온 외국인들이 귀국 후 느끼는 일종의 향수병을 말한다. 서울의 편리함, 안전함, 활기찬 도시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의 친절함이 만들어 낸 종합적인 정서에 물들어 있다가 다시금 가고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SNS ‘샤오홍슈’와 ‘더우인’ 등에는 “서울의 공기에는 마법이 있다”, “한강을 걸을 때 느낀 자유로움을 잊을 수 없다” 같은 글이 넘쳐난다. 또 길을 헤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한국인의 도움을 받았다는 등의 따뜻한 에피소드도 자주 언급되며, K팝 콘서트, 성수동 카페 거리, 홍대 버스킹, 명동의 쇼핑 거리처럼 젊음과 문화가 뒤섞인 공간들에서 느낀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광 활성화와 ‘서울병’ 열풍 뒤에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도 존재한다. 무비자 제도 확대 이후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일부의 무질서한 행동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도심 내 흡연과 쓰레기 무단 투기부터 문화재 훼손, 절도, 폭행 등으로 지역민과의 갈등이 커지고, 일각에서는 ‘노 차이니즈 존’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임대인 관련 주택 문제도 새롭게 떠올랐다. 국내에서 외국인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연락 자체를 끊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변제해 준 후에도 채권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희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외국인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보증사고는 103건, 피해 금액은 243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은 160억 원이지만, 실제로 회수된 채권은 3억3천만 원(2%)에 불과했다. 특히 현재 변제금을 갚지 않은 외국인 임대인 43명 중 27명(63%)이 중국 국적으로, 이들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금액만 약 84억5천만 원에 이른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과 체류 인구의 급증은 경제 활력과 동시에 사회적 마찰을 불러오고 있다. 이에 명동이나 건대, 광화문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는 반중(反中)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병’을 단순한 유행어가 아닌, 서울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 여행을 마친 뒤 “그 도시가 그립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강력한 감정 마케팅의 신호이자 도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서울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도시로 남기 위해선, 양방향의 성숙한 교류가 필요하다. 정부는 체계적 관광 관리와 지역 상권의 질서 확립에 나서고, 방문객은 지역 문화를 존중하는 시민 의식을 보여야 한다. 서로의 예의가 맞물릴 때, ‘서울병’은 불편한 병이 아니라 따뜻한 기억의 또 다른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