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고속도로, 포항∼영덕 개통으로 완성된 동해안 교통의 새로운 축 [지식용어]
동해안의 간선 교통망이 또 한 번 재편되고 있다. 지난 11월 8일 동해고속도로 포항∼영덕 구간이 개통되면서 부산 해운대에서 강원 속초까지 이어지는 해안축의 연결성이 한층 강화됐다. 산업 물류부터 관광 이동까지 동해안 전역의 흐름이 달라지는 가운데, 이번 개통은 동해고속도로의 구조적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동해고속도로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를 기점으로 강원도 속초시까지 남북을 잇는 대한민국의 대표 해안 고속도로다. 1973년 11월 첫 개통 이후 영동·태백권과 동해안 지역을 연결하는 주 교통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산업 물동량과 관광 수요가 동시에 집중되는 지역적 특성 속에서 동해안 남북 이동의 기반을 형성해 왔다. 대한민국에서 일곱 번째로 개통된 고속도로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초기 동해고속도로는 지형 조건의 제약 속에서 제한된 선형으로 건설됐다. 산악지형과 해안선이 교차하는 특성상 설계 속도가 40~100㎞/h에 그쳤고, 단순 확장만으로는 교통량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1996년 동해∼주문진 구간을 10개 공구로 분할한 대규모 4차로 신설·확장 사업이 추진됐다. 강릉∼주문진 구간은 영동고속도로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1998년 우선 착공됐으며, 2002년 말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동해안 지역의 이동성은 크게 향상됐다. 국도 7호선의 교통량을 분담하는 효과도 뒤따랐다.
동해고속도로의 노선 체계는 이후에도 여러 변화를 겪었다. 2001년 기존 부산∼울산고속도로 전 구간이 편입되면서 노선번호가 제5호에서 제65호로 변경됐고, 2004년에는 종점이 울산 울주군에서 포항시 오천읍으로 연장됐다. 2008년에는 부산·포항, 포항·삼척 두 구간으로 분할되었으며, 2009년 현남∼양양(하조대) 구간 개통으로 강원 북부 연결이 강화됐다. 2010년에는 해운대∼속초 381.68㎞ 전 구간이 정식으로 ‘동해고속도로’로 고시되었고, 2015년에는 부산·포항 및 삼척·양양 구간의 기점·종점이 행정구역 기준으로 명확히 정리됐다.
이번에 개통된 포항∼영덕 구간은 동해고속도로 남부축의 공백을 메우는 사업이다. 연장 30.9㎞, 왕복 4차로 규모로 총사업비 1조6,115억 원이 투입됐으며 9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됐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영덕군 강구면까지의 이동거리는 기존 37㎞에서 31㎞로, 이동시간은 42분에서 19분으로 약 23분 단축될 전망이다. 동해안 중심 도시 간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셈이다.
기술적 변화도 있다. 이 구간은 국내 고속도로 가운데 처음으로 터널 내 위성항법시스템(GPS)을 도입해 터널 구간에서도 내비게이션 신호가 끊기지 않는다. 해안 조망이 가능한 지점에는 선박 형태의 건축물과 지역 특산품을 반영한 휴게소 두 곳이 조성되며, 지역 특성과 지형을 반영한 기반시설도 마련됐다.
동해고속도로는 산업 단지와 항만, 관광지가 연속적으로 배치된 해안권의 특성상 단순한 수송 인프라를 넘어 지역 생활권과 경제권을 연결하는 축으로 기능해 왔다. 산업화 시대에는 자원·물류 이동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관광·생활 이동의 비중이 커지면서 도로의 성격 또한 변화했다. 이번 포항∼영덕 개통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동해안 전체의 공간 구조를 다시 정렬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반세기 동안 동해안을 따라 확장·변모해 온 이 도로는 지역의 시간과 공간을 바꾸어 온 대표적 간선도로다. 새로운 구간이 열릴 때마다 동해안은 한층 촘촘한 생활권으로 묶여 왔고, 이번 개통 또한 그 연속선상에 있다. 변화하는 교통 수요 속에서 동해고속도로는 앞으로도 동해안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남을 것이다.
시선뉴스=심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