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AI 시대를 움직이는 ‘황제 CEO’의 탄생 [지식용어]
지난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방문한 깐부치킨 매장이 하루아침에 명소로 떠올랐다. 손님이 몰리며 재고 부족을 호소할 정도였고, 매장 입구에는 “젠슨 황 CEO 테이블은 이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안내문까지 붙었다. 황 CEO가 앉았던 테이블 주변에는 세 사람이 함께 치맥을 즐기는 사진이 전시됐고, 그의 평전을 찾아 읽는 사람들까지 늘면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러한 ‘현상적 인기’ 뒤에는 AI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 젠슨 황의 독특한 이력과, 그가 일군 엔비디아의 거대한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다.
젠슨 황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공동 창업자이자 초대 CEO로,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한 인물로 평가된다. 1963년 부모가 모두 저장성 출신인 대만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어머니는 교사였다. 타이베이에서 태어난 그는 타이난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5세 무렵 아버지의 해외 근무로 태국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1973년 태국의 정치 불안이 심화되자 형과 함께 먼저 미국으로 보내졌고, 워싱턴주에 거주하던 친척에게 맡겨지며 켄터키의 기독교계 사립학교 오네이다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후 오리건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1984년 오리건주립대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1992년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LSI 로직과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은 그는 1993년 직접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그래픽칩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AI 연산 구조가 GPU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엔비디아는 세계 기술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는 포춘지 표지 모델로 등장하며 글로벌 경영자 가운데에서도 상징적 위치를 확보했고,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성능 대비 가격이 우수한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황제(黃帝)’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20년대 AI 확산 속에서 엔비디아는 ‘가장 수혜를 본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1년간 주가는 197% 상승했고, 2024년 6월에는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영업이익률이 80%에 육박한 상황에서 제품은 ‘없어서 못 살 정도’로 공급이 부족했고, 그래픽카드는 해마다 막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이러한 성장은 젠슨 황의 기술적 이해와 경영 전략이 결합된 결과로 평가된다.
자연스럽게 그의 개인 재산 규모도 급격히 확대됐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그의 재산은 약 1,760억 달러로 세계 11위 수준이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기록된 80억 달러 상당의 합법적 절세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특히 올해에는 사전에 설정된 ‘10b5-1 계획’에 따라 6월 이후 자사주 매각을 진행해 총 10억 달러 이상을 현금화했다. 6월 20일과 6월 23일 각각 10만 주를 매각했고, 600만 주 한도로 설정된 매각 가능 지분의 가치는 주가 상승에 따라 약 8억6천만 달러에서 12억1천만 달러로 뛰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의 시총은 3조 달러에서 4조 달러, 이어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금까지 총 29억 달러 이상 지분을 매각했고, 올해에만 3억 달러가 넘는 주식을 재단과 기부 펀드에 기부했다.
AI가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가운데 젠슨 황은 단순한 기업 경영자가 아니라 ‘산업 전환의 얼굴’로 자리 잡았다. 그의 GPU는 생성형 AI, 자율주행, 로봇,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팅 등 거의 모든 미래 산업의 언어가 되었고,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전략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시선뉴스=심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