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유성우★ 그 신비로운 밤하늘의 흐름에 대하여

2025-11-17     심재민 기자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빛의 궤적, 흔히 ‘별똥별’이라 불리는 유성(流星)은 사실 우주 먼지나 작은 암석 덩어리인 유사체( meteoroid)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며 마찰에 의해 타오르는 현상이다. 이 가운데 특정 시기에 대기 진입이 집중되면, 우리는 여러 줄기의 빛이 일정한 방향에서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는 ‘유성우(meteor shower)’를 경험하게 된다. 

이 현상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계 안에서 운석체의 흐름(stream)과 지구의 궤도가 만나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컨대 혜성이나 소행성이 태양 근처를 지나가면서 얼음과 암석을 포함한 잔해를 궤도 위에 흩뿌리면, 그 궤도 상에 ‘먼지의 길’이 형성된다. 지구가 그 길을 통과할 때 유성우가 발생한다. 또한 유성우가 매년 같은 시기에 반복되는 이유는 지구의 태양 주위 공전 궤도 및 해당 잔해 흐름의 궤도가 비교적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찰자가 느끼는 유성우의 ‘출발점’처럼 보이는 부분을 복사점(radiant)이라 한다. 사실 복사점은 실제 미립자가 모이는 지점이 아니라, 관찰자의 시각에서 병렬로 날아오는 유사체가 시야 상에서 한 점으로 보이는 원리 때문이다. 또한 진입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일부 유성체는 시속 수십 km에 달하는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해 극적인 불꽃을 형성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유성우로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Perseids)·쌍둥이자리 유성우(Geminids) 등이 있다. 예를 들어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의 경우 궤도상으로는 109P/스위프트‑터틀 혜성(109P/Swift–Tuttle)의 잔해가 만든 흐름과 지구의 궤도가 만나는 시점에 발생한다. 모체가 혜성이 아닌 소행성으로 밝혀진 유성우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쌍둥이자리 유성우의 모체는 3200 페아토스(3200 Phaethon)로 알려져 있다. 

유성우 관측에 유리한 조건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포함된다. ▲가능한 한 인공조명이 적은 어두운 장소 ▲달빛이 방해하지 않는 시간대(특히 달의 위상이 작거나 달이 지는 시각 이후) ▲복사점이 지평선 위로 떠 있을 때, 일반적으로 자정 이후~새벽 시간대 ▲맑은 날씨와 넓은 시야 등 이런 조건들이 갖춰질 때 밤하늘에 흐르는 미세한 우주 잔해의 궤적이 더욱 선명해진다.

이러한 유성우는 단순한 밤하늘의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작은 천체(혜성·소행성)의 궤도 및 해체 과정을 추적하는 단서가 된다. 잔해 흐름이 어느 천체로부터 유래했는지를 밝혀내면 태양계 진화와 역사의 퍼즐 조각이 하나 맞춰진다. 또한 우주 공간의 미세 입자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물리·화학적 반응은 고도 대기의 거동을 이해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밤하늘 위에 흩날리는 유성우의 빛은, 우주와 지구라는 거대한 상호작용의 순간이다. 대기권 위 약 70 ~ 100 km 고도에서 한 줌 크기의 우주 잔해가 불꽃을 피우는 동안, 우리는 그 흐름을 잠시 함께하는 관찰자가 된다.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 우주의 먼지 한 알이 담고 있는 수십억 년의 궤도가 우리 눈앞을 가로지른다. 밤하늘을 바라볼 기회가 있다면, 그 흐름을 기억해보자.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