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외교의 새 출발점,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무엇인가 [지식용어]
한류 확산을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하기 위한 첫 조직,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10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여기에 초대 공동위원장으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이름을 올리면서, 가요·엔터 산업을 대표하는 민간 리더가 정부와 민간, K-산업과 외교를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맡게 됐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다. 정부 측에는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한 10개 부처 차관과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참여하고, 민간 측은 엔터테인먼트·게임·영상·웹툰·투자 등 7개 분과, 26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공동위원장은 박 위원장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맡았다.
위원회가 내세운 첫 방향은 ‘K-컬처의 세계화’다. 박 위원장은 출범식에서 팬(Fan)과 현상(Phenomenon)을 결합한 ‘패노미논(Fanomenon)’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매년 12월 한국에서 글로벌 엔터 시상식과 페스티벌을 열어 산업의 한 해를 팬덤의 시각으로 조망하겠다고 밝혔다. 2028년부터는 이 페스티벌을 주요 해외 도시로 확대하는 ‘글로벌 투어’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팬덤 산업은 새로운 경제”라며 K팝을 넘어 게임·영화·애니메이션·푸드 등 K-콘텐츠 전반이 시너지를 내는 복합 문화 축제를 예고했다.
인프라 구상도 담겼다. 박 위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장” 건립과 함께, 전 세계 7개 도시에 K-컬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워 한류 체험 거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외 K-콘텐츠 행사 안내와 지원, 위기 대응을 통합하는 ‘K-컬처 핫라인’, 해외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는 글로벌 IP 관리 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그가 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선 “회사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일을 산업 전체를 위해 해보고 싶었다”며, “진보도 보수도 아닌 ‘박진영’으로서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실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한편, 최근 한중 정상회담 만찬에서 박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K팝 공연을 제안했고, 이에 호응하는 장면이 전해지면서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원론적 인사가 오간 수준”이라며 신중함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양국 간 문화 교류 재가동의 분위기 전환 신호로 보는 시각과 기대감이 적지 않다.
산업화 중심의 수출 전략에서 문화 자산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지금,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민간의 창의성과 정부의 외교력을 결합하는 정책 허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12월, 한국이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축제의 무대가 될 수 있을지, 또 박진영 위원장이 그리는 청사진이 현실로 이어질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