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레시피] 소설 ‘흰’ | 한강

2025-09-22     박진아 기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은 한편의 시와 같다. 어린시절 소나기가 퍼붓던 날 문득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수많은 1인칭을 경험했다는 그의 수상 소감은 그가 그동안 보여준 작품에서 그의 시선을 대변하기도 한다. 인간이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인간으로 남는 다는 것에 대한 고찰과 성찰은 많은이에게 감동을 준다. 그런 그가 가장 자전적인,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바로 『흰』이다.

<책정보>

한국소설 // 2025.05.08. // 한국 // 출판-문학동네
저자 – 한강

<책 소개> **교보문고 제공**
2024년 10월,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호명된 한강.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 수상이며 역대 열여덟번째 여성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점 또한 새로운 의미가 되었습니다.

수상 당시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는 “『흰』은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매우 개인적인 책으로 추천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지요.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얼굴도 모르는 자신의 언니와 첫 딸을 홀로 낳고 잃은 젊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작가에게 있었습니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흰’ 책이었다. 그 책의 시작은 내 어머니가 낳은 첫 아기의 기억이어야 할 거라고, 그렇게 걷던 어느 날 생각했다”(174쪽, ‘작가의 말’에서)는 작가는 그 기억에서 시작해 총 65개의 이야기를 『흰』에 담았습니다.

그 『흰』을 새로운 장정으로 펴냅니다. 오롯이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진 이미지를 덜어내고, 무명천에 수놓인 작품 제목을 형상화한 새 표지로 감쌌습니다. 연결되고, 얽히고, 끊어지고, 풀리는 실의 속성이 작가가 써내려가는 문장과 그 문장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세계와 닮은 데서 착안한 디자인입니다. 실을 잣는 것과 문장을 짓는 것은 얼핏 선형적 작업으로 보이나 그것이 삶과 죽음, 인간의 실존에 대한 내밀한 탐구에서부터 이 세계에 벌어지는 무수한 일들의 의미를 묻는 작업까지 아우를 수 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고 싶은 이야기>
- 흰

사전 배경 설명이 없다면 ‘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꽤 궁금해 진다. 어렴풋이 색깔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면 왜 하양이 아니지?’ ‘하얀은?’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순수함과 새로움의 상징이지만 하얀(혹은 하양)과 흰은 단어에서 꽤 많은 무게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흰’은 삶의 고뇌와 독립적 의미가 더 많이 느껴지고 작가는 그것을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까지 언급한다. 가장 흔하게 접하고 보는 색이지만 가장 깊은 의미를 가진 색. 작가는 불안과 공포, 폭력의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숭고하며 맑고 단단함을 발견하고자 한다. 

- 나에게 ‘흰’ (작가의 글을 인용한 문구가 포함되어 있음)
마치 시 한 편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문장들. #나 #그녀 #모든 흰에 대해서 읽고 난 뒤라면 자의적 타의적 나의 ‘흰’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내 인생에서 흰 것들은 무엇인가. 나의 삶과 죽음의 경계. 어쩌면 내가 살아가면서 무의식으로 내딛던 허공의 발자국 속 나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침묵은 무엇인지에 대해서까지도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출처 - 연합뉴스

▶ 필자가 기록하고 싶은 추천 문장들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 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들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 수천수만의 뒤척임이 있다.”

“오래전 그녀는 바닷가에서 흰 조약돌을 주웠다. (중략) 속이 들여다보일 듯 희다고 생각했찌만, 사실 속이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하지는 않았다. (중략) 침묵을 가장 작고 단단한 사물로 응축시킬 수 있다면 그런 감촉일 거라고 생각했다.”

-저자 한강-

시선뉴스=박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