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창] 역사를 기록한 작은 펜의 힘 ‘만년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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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을 기념한 서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한 만년필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해당 만년필을 선물하며 호의를 표했고, 만년필에 대한 관심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만년필은 ‘왜’ 정치와 외교의 중요한 순간에 ‘늘’ 등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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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잉크를 저장해 쓰는 필기구 기록이 전해지고,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설계도에도 만년필 구조가 등장합니다. 19세기 들어 프랑스에서 만년필에 대한 특허가 나와 근대적 만년필의 문을 열었지만, 당시만 해도 잉크가 새거나 흐름이 불안정해 실용화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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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를 실용적으로 완성한 인물은 1884년 특허를 낸 미국의 루이스 워터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당시 중요한 계약 자리에서 펜의 잉크가 쏟아져 실패한 경험을 한 뒤, 새지 않는 펜을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균일하게 잉크가 나오는 만년필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워터맨은 잉크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모세관 현상을 적용해 펜촉에 작은 공기구멍을 냈고, 잉크 공급장치에 홈을 파서 잉크통에서 펜촉까지의 흐름을 일정하게 제어했습니다. 이 혁신적인 구조 덕분에 잉크가 갑자기 흘러내리는 일이 줄었고, 비로소 만년필이 실용적 필기구로 자리 잡으며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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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미국 대통령들은 굳이 만년필을 고집할까요? 미국에서 서명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국가적 결정을 상징하는 ‘역사적 순간’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대통령들은 중요한 법안이나 조약에 서명할 때 여러 자루의 만년필을 번갈아 사용하곤 합니다.
이렇게 쓰인 펜들은 법안 발의에 힘쓴 의원, 측근, 시민사회 대표들에게 나누어 주며,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는 상징적인 증표로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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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무대에서도 만년필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공동 서명한 협정에도 만년필이 등장했습니다. 이후 두 정상은 만년필을 교환했고, 이 장면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았습니다.
외에도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문서에도 맥아더 장군이 만년필로 서명하며 전쟁의 끝을 기록한 바 있으며,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선언, 미국의 민권법 등 굵직한 사건과 정책들은 모두 만년필을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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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만년필은 단순한 펜, 서명하는 도구를 넘어, 역사를 기록하고 약속을 증명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중요한 순간에 만년필이 등장해 역사의 장면을 함께할지 기대가 됩니다.
시선뉴스=박대명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