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너구리인가 오리인가? 오리너구리의 정체

2025-09-12     박진아 기자

오리 같은 부리, 수달과 비슷한 몸, 비버 같은 꼬리를 가진 동물 ‘오리너구리’. 부리 때문에 조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엄연한 포유류다. 현재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동물 오리너구리에 대해 살펴보자. 

오리너구리의 넓은 부리는 새의 부리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 부리 양쪽 가장자리로 머리뼈가 뻗어나가긴 하지만 가운데는 말랑하고, 전체가 부드러운 피부로 덮여있어 부리의 감각도 예민한 편이다. 

포유류인 오리너구리는 특이하게도 알에서 태어나는 특징을 가진다. 포유류지만 ‘난생’을 하기 때문이다. 난생 동물은 어미 몸속에는 배아가 없지만, 물고기나 새처럼 알에서 새끼가 나오는 동물을 말한다. 그래서 모체와는 관계없이 알 속의 영양만으로 발생해 하나의 개체가 된다. 

오리너구리는 다람쥐처럼 먹이를 볼 주머니에 저장하는 습성도 가지고 있다. 부리로 강바닥을 헤집어 먹이를 찾고, 볼주머니를 통해 땅으로 옮기는데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20%에 달하는 양을 섭취해야 해서 하루 12시간 동안 먹이를 찾아다니며 주로 민물 가재, 민물 게, 새우, 수서곤충 유충 등을 먹는다. 

한편 오리너구리는 발에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데 발에는 물갈퀴가 있으며, 암컷과 수컷 모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네 발 중 앞발의 물갈퀴는 큰 편이라 오리너구리는 걸을 때 이 부분을 접고 다닌다.  또 오리너구리 수컷에게는 발뒤꿈치에 며느리발톱과 같은 속이 빈 가시가 있는데, 이 가시는 독샘과 연결되어 독액을 낸다. 

독액은 쥐와 햄스터 등의 작은 동물들에게 아주 치명적이며,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지만 고통이 지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리너구리의 독에 쏘이면 몇 달간 지속되는 통각과민을 겪게 되기 때문에 생김새만 보고 함부로 만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이런 신기한 특징들 때문에 오리너구리가 처음 발견됐을 때, 학계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컸다. 학자들이 ‘오리와 다른 동물을 합쳐놓은 박제로 조작한 것’이라고 했을 정도였는데, 결국 생포된 상태로 공개된 이후에야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오리너구리는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동물이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서식지가 줄어 더 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오리너구리를 지키기 위한 보존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는데 마성의 매력을 가진 오리너구리가 기후 변화에 희생되지 않도록, 우리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시선뉴스=박진아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