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숫자가 다가 아니다! 밥상 물가 고공행진...쌀 20kg 6만원 돌파

2025-09-10     심재민 기자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만 보면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든 듯 보이지만, 실제 서민이 체감하는 밥상 물가는 사뭇 다르다. 쌀·배추·감자·축산물 같은 주요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추석을 앞둔 서민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SK텔레콤이 해킹 사태로 가입자 전체 요금을 한 달간 50% 감면하면서 통신요금이 21%나 하락했고, 이 효과가 물가 둔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만약 통신요금 인하가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은 2.3%에 달해 13개월 만의 최대폭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밥상 물가는 오히려 크게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4.8% 상승해 전체 물가를 0.37%포인트 끌어올렸다. 수산물은 7.5%, 축산물은 7.1%나 뛰었으며 농산물도 2.7%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찹쌀이 45.6%, 복숭아가 28.5% 올랐고, 돼지고기(9.4%)와 국산 쇠고기(6.6%)도 강세였다. 채소류는 파프리카·배추·시금치가 전달보다 50% 안팎 급등하며 장바구니 물가를 크게 자극했다.

특히 쌀값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20kg당 6만원을 돌파했다. 9월 2일 기준 쌀 20kg 소매가는 평균 6만294원으로, 지난해보다 17.2%, 평년보다 14% 비쌌다. 일부 마트에서는 7만~8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햅쌀 출하를 앞둔 시점에서 재고 부족에 따른 원료곡 확보 경쟁이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급등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폭염 등 이상기후로 채소 출하량이 줄었고, 산지 유통업체들의 원료곡 확보 경쟁은 쌀값을 끌어올렸다. 축산물은 도축 마릿수와 수입량이 줄었으며, 수산물은 재고 부족이 겹쳤다. 공급 불안이 밥상 물가 전반을 흔든 셈이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비축 물량 공급과 할인 행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배추는 1만7천 톤을 시장에 풀고 병해충 방제를 강화한다. 감자는 계약재배 물량을 하루 60t까지 확대한다. 축산물의 경우 한우자조금·한우협회·농협과 협력해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소(牛)프라이즈 할인행사’를 진행하며, 계란도 생산·유통단체와 협력해 할인 판매한다. 수산물은 고등어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비축 물량을 방출해 가격 안정에 나선다.

쌀값 안정도 핵심 과제다. 농식품부는 정부 양곡 3만t을 산지 유통업체에 대여해 원료곡 부족을 완화하고 있다. 동시에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해 쌀값 할인 폭을 현재 20kg당 3천원에서 4천~5천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가공식품의 경우 명절 수요가 큰 김치·커피 등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추석 장바구니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사라지고 명절 특수가 겹치는 9월에는 다시 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숫자로는 둔화된 듯 보이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다. 배추·감자·쌀·축산물 같은 핵심 품목이 안정돼야만 서민이 체감하는 진짜 물가도 잡힐 수 있다. 정부의 대응이 추석 밥상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