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초대형 산불에 소실되어 버린 우리의 문화유산들

2025-04-14     정혜인 기자

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최근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75명의 인명피해로 이어졌고, 주택 3천400여 채, 농·축산시설 2천100여 곳, 국가유산 30건 등이 피해를 봤다. 피해 사례 가운데 보물, 명승 등 국가 지정유산은 11건, 시도 지정유산은 19건이다. 이번 초대형 산불 사태로 적잖은 피해를 본 문화유산에 대해 알아보겠다.

사찰, 불상, 정자, 고택 등 모두 25곳에서 문화재 피해가 난 가운데 이중 절반가량은 안동에 집중됐다. 안동 임호서당과 세덕사, 청송 송정고택 등이 이번 불에 일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동의 경우 1천97㏊ 규모의 농작물 피해를 보기도 했다.

안동 임호서당은 학봉 김성일(1538~1593)을 비롯하여 운천 김용(1557~1620)의 항일 정신을 계승하고, 일제강점기에 조국 독립을 위해 몸 바친 독립운동가의 숨결이 함께 깃들어 있는 곳으로 김용 후손들인 의성김씨 귀봉파의 정신적 문화적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 서당 교육과 근대교육의 결합, 그에 따른 변화를 볼 수 있어 뜻깊은 건물로 꼽힌다.

안동 세덕사는 1699년(숙종 25년)에 건립된 조선시대 사당이다. 정문인 입도문을 들어서면 강당인 오계서당이 있고 뒤쪽에 사당인 세덕사 등 건물 3동이 있다.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다.

송정고택은 송정 심상광의 저택으로, 추위나 맹수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집안에 모든 것을 끌어들여 놓은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주로 산간 지방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이다. 대지면적 1,500여 평의 터에 ‘ㅁ’자 형 뜰집이며, 사랑채가 옆으로 더 넓어 날개집 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해동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625∼702)가 만든 사찰 중 하나인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는 이번 산불로 곳곳이 불에 타버렸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 가운루 두 건물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탔다.

이 밖에도 청송 사남고택·만세루, 안동 지산서당·지촌종택·국탄댁 등 옛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 전소됐고 천연기념물 나무와 숲까지 불에 탔다. 사남고택은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시대의 고가, 청송 만세루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이다. 또한 조선시대의 서당인 지산서당은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 지촌종택과 국탄댁은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이다.

산불 당시 국가유산청은 봉정사, 부석사 등 주요 사찰과 종가에서 소장한 유물 24건(1천581점)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고 석탑 등에는 불이 번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염포를 설치했다. 앞서 소실된 것으로 알려진 경북 안동 만휴정은 다행히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길이 쉽사리 잡히지 않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에서는 1∼2시간마다 반복적으로 물을 뿌리고, 인근 나무를 베기도 했다. 인력을 총동원해 고군분투했으나 안타깝게도 문화재 소실을 모두 막지는 못했다. 대피한 주민들도 여전히 귀가하지 못하는 상황. 복구 작업과 더불어 인근 주민들을 위한 주거 대책이 신속히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