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컷뉴스] 비트박스처럼 몸이 ‘악기’가 되는 연주 기법들
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최근 우리나라의 비트박서 ‘윙’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2018년 아시아 비트박스 챔피언십의 챔피언이자, 2023년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박스 대회 그랜드 비트박스 배틀(GBB) 본선에서 3위에 오른 인물이다. 지난 2월 공식 발표된 윙의 곡 ‘Dopamine’은 공개 한 달여 만에 조회수 1천만 회를 넘겼다. 비트박스처럼 입으로 하는 연주 방식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 ‘윙’에 의해 다시 주목받는 ‘비트박스’
비트박스는 구강 구조와 호흡기 등의 진동이나 마찰을 이용해 연주하는 기법이다. 윙이 대중적 인지도를 쌓기 전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비트박스는 입으로 ‘드럼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혼성 힙합그룹 유니티 출신의 래퍼 후니훈이 2004년 광고에서 ‘북치기, 박치기’만 기억하면 된다며 비트박스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당시 후니훈은 ‘북치기, 박치기’로 시작해 현란한 비트를 입으로 쏟아냈다.
지금의 비트박스 스타일은 이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드럼 위주의 단순한 사운드에서 출발해 점점 더 화려해지다가 멜로디도 추가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신체를 총동원해 악기 소리는 물론 기계음까지 넘나드는 다양한 비트를 낸다. 비트박서 윙은 얼마 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비트박스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두 번째, 재즈의 창법 ‘스캣’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대부분 음에 가사를 붙여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는 입을 다문 채 흥얼거리기만 하는 허밍을 떠올릴 수도 있다. 음악은 장르에 따라 노래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인데, 재즈에서는 대중적인 노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스캣’이 등장한다.
스캣은 가사 대신 뜻이 없는 말로 즉흥적으로 프레이즈를 만들면서 부르는 것을 가리킨다. ‘다바디야’, ‘슈비두와’ 등 의미를 찾기 어려운 말들을 내뱉으며 노래를 이어간다. 가사가 없이 발음과 느낌만으로 분위기를 잘 살려야 하기에 웬만한 뮤지션도 이를 쉽게 해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티스트 선우정아의 스캣이 많이 알려져 있다.
세 번째, 무반주로 합창하는 ‘아카펠라’
비트박스처럼 악기 없이 풍성한 곡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는 ‘아카펠라’가 있다. 여기서 카펠라(cappella)는 이탈리어로 ‘교회’를 뜻하고, 아카펠라(a cappella)는 ‘교회식으로’라는 의미다. 중세 시대 교회에서 반주 없이 합창을 했던 데서 이 단어가 유래했다. 16세기에는 무반주로 노래하는 교회 음악만을 ‘아카펠라’라고 했으나 19세기를 지나면서 악기 반주가 없는 합창곡은 모두 아카펠라라고 부르게 되었다.
21세기에는 합창의 개념보다는 여러 명이 구성된 앙상블의 중창을 주로 말한다. 남성, 여성, 혼성 아카펠라 그룹들이 유명한 곡들을 아카펠라 버전으로 편곡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리드 보컬이 노래하는 동안 다른 구성원들이 코러스를 넣고, 드럼이나 베이스 등 여러 악기 소리를 입으로 추가한다. 과거 MBC 예능 ‘무한도전’에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가 출연하며 잠시 아카펠라가 주목받기도 했다.
다양한 음악 장르가 존재하지만, 모든 음악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진 않다. 비트박스, 재즈의 스캣, 아카펠라 모두 유명하기보단 마니아층이 확실한 분야에 가깝다. 그럼에도 특정 인물을 계기로 누군가에겐 생소했던 음악이 널리 퍼지는 시기가 종종 생기는 듯하다. 윙처럼 자기만의 색을 살려 활동하는 우리나라의 아티스트들이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