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컷뉴스] ‘폭싹 속았수다’ 광주극장 등 우리나라 최고(最古) 극장들
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제주가 아닌 경북 안동에서 촬영돼 화제다. 주인공들이 나고 자란 1950년대 제주도 ‘도동리’ 마을은 도청신도시 유휴부지에 만들어진 세트장이었다. 다만 극 중 등장하는 ‘깐느극장’은 우리나라에 실제 존재하는 극장이었다. 오늘은 해당 극장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最古) 극장은 어디인지 알아보려 한다.
첫 번째,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
‘폭싹 속았수다’ 3막 9~10화에서 주인공 금명이(아이유)가 매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깐느극장은 광주극장에서 촬영됐다. 해당 화에서는 금명이의 남자친구인 영범(이준영)이 상영관 앞에서 재회하는 장면, 개봉하는 영화의 간판을 그리는 화가인 충섭(김선호)이 극장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등장했다.
광주극장은 1935년 10월 개관 후 오랜 기간 충장로 상권을 대표해 왔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제의 검열 속에서도 공연에서 항일 정신을 이어갔고, 해방 후에는 문화교육운동의 장소가 되었다. 현재는 많이 노후화됐는데, 광주 동구는 이를 유지·보수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 우리나라 최초 ‘애관극장’
광주극장보다 오래된 극장은 서울에 몇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다. 이제 현존하는 극장 중 광주극장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극장은 애관극장뿐이다. 이 극장은 1895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관이기도 하다. 1895년 협률사, 1910년 축항사라는 이름을 거쳐 1925년 애관극장이 되었다.
이 일대는 1950년 인천상륙작전 함포사격으로 폐허가 된 바 있다. 애관극장 역시 반파되어 1960년 본관을 400석 규모로 새로 지었다. 1980년대에 리모델링을 거치긴 했으나 다시 지어졌을 때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고 과거 IMF 사태 매각 위기까지 잘 넘겼지만, 코로나19 시기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결국 경영 상황이 악화된 애관극장은 2021년 부동산 매물로 나왔다.
세 번째, 재작년 철거된 ‘아카데미극장’
비교적 최근까지 남았던 또 다른 극장으로는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있다. 이는 1963년 개관한 단관극장으로,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원형을 유지했던 가장 오래된 극장이었다. 앞서 말했듯 애관극장은 새로 지어진 적 있고, 광주극장도 1968년 화재로 전소해 건물 대보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극장은 다른 단관극장들과 마찬가지로 멀티플렉스 극장의 개관 이후 점점 어려워졌다. 주변 상권이 쇠퇴해 갔으며, 2021년까지 몇 차례 철거 위기에 맞닥뜨렸다. 이때 원주 시민들은 극장을 구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원주시는 2022년 1월 극장 보존을 위한 행정적 매입 절차를 마쳤지만, 같은 해 8월 새로운 원주시장에 의해 상황이 달라졌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아카데미극장 복원사업 중단’을 권고했다.
결국 아카데미극장은 2023년 10월 본격적인 철거를 진행해 본 건물이 파괴되었다. 그리고 현재 애관극장의 존폐도 불투명하다. 1980년대 애관극장 주변은 20여 개 극장이 밀집한 시네마거리였는데, 시대가 변화하며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다. 노후화된 시설에 철거 논의가 오가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를 보전하며 나아갈 방안에 대해 좀 더 고민해, 오랜 역사를 담은 곳들 몇몇은 먼 훗날에도 그 자리를 지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