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평점] 20주년 맞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인간에게 내재된 선과 악의 격돌
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지금 이 순간~’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국내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한데, 어떠한 이유로 사람들에게 이토록 꾸준히 사랑받는지 직접 관람하며 확인했다.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자,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해 다룬 작품 <지킬 앤 하이드>를 알아본다.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Jekyll and Hyde)
기간 : 2024.11.29.~2025.05.18.
장소 :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배우 : 지킬·하이드(홍광호, 전동석, 김성철, 최재림, 신성록), 루시(윤공주, 선민, 김환희, 린아, 아이비), 엠마(조정은, 최수진, 손지수, 이지혜), 댄버스 경(김봉환), 어터슨(이희정, 윤영석)
줄거리 및 배경 : 1888년 런던,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은 사랑하는 연인 엠마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그에게 단 하나의 걱정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지킬은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사람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치료제 연구를 시작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실험 단계에 이르렀지만 이사회의 반대로 실험은 무산되고 지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은 낙담에 빠진 그를 위로하며 런던의 클럽 레드렛으로 이끈다. 술에 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학대받는 클럽 레드렛의 무용수 루시를 발견한 지킬, 친구가 필요하면 찾아오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 루시는 지금까지 자신이 만나 온 사람들과 달리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준 지킬에게 호감을 느낀다.
클럽에서 돌아온 지킬은 이 연구가 자기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제임을 깨닫고 스스로가 실험 대상이 되기로 결정, 본인의 몸에 실험 중인 치료제를 주사한다. 그 결과 그의 바람대로 선과 악을 분리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악으로 가득 찬 또 다른 자아 에드워드 ‘하이드’가 탄생하게 되고, ‘하이드’는 ‘지킬’을 장악하며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다. ‘하이드’와 공존하게 된 지킬은 하이드의 폭력성에 위험을 느껴 다시금 치료제 주입을 통해 하이드를 잠재우는 데 성공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다시금 하이드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공연의 좋은 점 : 알고 가면 좋은 점>
1. 압도적인 매력의 ‘하이드’
필자는 이번에 합류한 최재림 배우가 연기하는 지킬·하이드, ‘잶지킬’ 회차를 관람했다. 큰 키에 남성적인 마스크의 최재림 배우가 ‘지킬’로 있을 땐 지성인으로서의 젠틀한 매력이 있었지만, ‘하이드’로서의 거칠고 마초적인 매력이 압도적으로 인상깊었다.
특히 자신에게 직접 약물을 주입하며 ‘하이드’가 발현될 때 몸을 아끼지 않으며 열연하는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 또 정갈하게 묶었던 머리를 풀어헤친 외형과 허스키한 목소리는 물론 걸음걸이부터 손짓까지 세세하게 신경 쓴 ‘하이드’는 ‘지킬’과 동일 인물이라는 생각을 사라지게 했다. ‘지킬’과 ‘하이드’의 간극을 크게 주어 표현한 ‘잶지킬’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2.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도 정말 잘 부를 자신이 없으면 부르지 않는 게 좋다는 넘버 ‘지금 이 순간’. ‘지킬 앤 하이드’의 프로덕션 넘버인 이 곡은 생각보다 극의 초중반부에 갑자기 시작된다. 이 넘버를 기점으로 ‘하이드’가 등장하며 극이 본격적으로 흘러가게 되기에 <지킬 앤 하이드>를 처음 관람하는 사람이라면 유의하는 것도 좋겠다.
필자가 봤던 회차에선 ‘잶지킬’이 곡의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하니 모두가 일제히 오페라글라스를 들어 올렸다. 숨죽이고 듣는 곡의 초중반부를 넘어 후반부로 갈수록 넘버와 무대가 화려하게 변하는데, 이때가 되어서야 다들 오페라글라스를 내려놓고 무대를 오롯이 즐겼다.
프로덕션 넘버답게 화려한 무대도 빛을 발했다. 높은 천장까지 구현된 실험실 속 ‘지킬 박사’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할 약물들은 실린더에 담긴 채 찬란하게 빛나며 경이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형형색색 빛나는 수많은 실린더는 박사의 노력, 자신감, 희망, 확고한 신념 등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져 넘버의 전달력과 몰입감을 더했다.
3. 선과 악...하이드가 선사하는 쾌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한 명의 인간 안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갈등’을 무대 위에서 섬세하게 풀어낸다. 항상 선(善)을 행하며 살아온 지킬이 단 한 번 선을 넘자 내재된 악이 폭주했고, 이를 바로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순간 악이 다시금 날뛴다. 그러면서도 선과 악의 인격 모두 한 사람이기에, 선이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 동귀어진(同歸於盡)을 통해 책임을 지려한다.
앞서 ‘하이드’가 매력적이라고 설명하며 그 외형과 목소리 등을 언급했지만, 사회적 규율을 무시한 채 자신의 신념을 가로막는 방해꾼들을 막힘없이 처리해 나가는 ‘하이드’의 행동 자체에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법과 규율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네이기에 ‘하이드’의 당당함과 자유를 보며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결론>
별점
- 스토리 완성도
★★★★★★★★★☆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인간에게 내재된 선과 악)
- 캐릭터 매력도
★★★★★★★★★☆
(‘잶지킬’ 외에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하이드’도 궁금해진다)
- 몰입도
★★★★★★★★★☆
- 총평
★★★★★★★★★☆
(20주년을 맞은 스테디셀러다운 작품. 이번에 합류한 최재림 배우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