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근로자 자녀에게 적용되는 ‘자녀산재법’...‘남성’, ‘기간’ 등 사각지대 다수 [지식용어]

2025-03-19     양원민 기자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임신부나 그 가족은 임신 기간 내내 ‘아기가 건강할까’하는 걱정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특히 유해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걱정이 클 것이다. 현대에는 의학이 발전하여 산전에 태아의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이 개발되었지만, 100% 알 수는 없다. 질병을 갖고 태어난 아기에게도 적용되는 산업재해법 ‘자녀산재법’을 알아본다.

‘자녀산재법’ 혹은 ‘태아산재법’으로 불리는 이 법령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유해·위험 요인에 노출돼 자녀가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나거나 사망한 경우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대상이 건강손상자녀로 확대된 것이다. 건강손상자녀란 근로자가 업무수행과정에서 업무상 사고, 출퇴근 재해 또는 유해인자의 취급이나 노출로 인해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있는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출산한 자녀를 말한다. 모(母)가 속한 사업장의 업무상 유해환경으로 인해 건강 손상을 입은 태아를 재해사업장의 근로자로 보고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것이다. 

시행령에는 건강손상자녀가 인정되는 유해인자가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건강손상자녀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인자는 △납, 니켈, 벤젠, 사염화탄소, 수은 등과 같은 ‘화학적 유해인자’ △메토트렉사트, 와파린, 이소트레티노인 등과 같은 ‘약물적 유해인자’ △고열, 방사선 등과 같은 ‘물리적 유해인자’ △ B형 간염 바이러스, 거대 세포바이러스, 단순포진바이러스 등과 같은 ‘생물학적 유해인자’ 등이 있다.

아울러 규정되지 않은 유해인자의 경우에도 임신 중인 근로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그 유해인자의 취급이나 유해인자에의 노출이 건강손상자녀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시간적·의학적으로 증명되는 경우에도 유해인자로 본다.

한편, 법안은 자녀의 산재를 보장해 주는데도 불구하고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법 시행(2023년 1월 12일)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언제든지 자녀산재 신청이 되지만, 과거 피해자의 산업재해 신청 기간은 법 시행일(2023년 1월 12일) 전 3년 이내에 출생한 자녀로서 이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보험을 청구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12일 전에 태어난 아이는 여섯 살이 되는 2026년 1월 12일까지만 자녀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법 적용 대상도 여성으로만 제한돼, 아빠의 위험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아이의 질병은 보호·보상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법적 한계에 유해 환경 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와 자녀 모두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0일에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자녀산재법을 신속히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행 자녀산재법이 법 시행일 이전의 피해자를 배제하고 있고, 남성 노동자의 작업환경 영향으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문제도 고려하지 않는다며 현행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국회에는 이미 아버지로 인한 자녀의 질병을 산재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과 자녀산재 신청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이 총 4건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계엄 사태 이후 여야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만 혈안인 가운데, 민생을 돌아볼 수 있는 법안들이 먼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