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모빌리티 잠재력 보여준 'PV5' ‘EV4’ ‘EV2’...각각 뚜렷한 지향점 [모터그램]

2025-03-03     심재민 기자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기아가 자사의 차세대 전기차 청사진을 보여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남서쪽으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해변의 소도시 타라고나, 이곳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2025 기아 EV 데이' 행사를 열고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신형 전기차를 한 번에 공개했다.

'2025 기아 EV 데이'에 참석한 기아 임원진  [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주인공은 기아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V5, EV4 세단, 소형 SUV EV2의 콘셉트 모델 등 3종의 차량이다.

기아 첫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PV5'

'맞춤형 모빌리티 설루션'을 지향하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의 첫 전용 모델 'PV5'. PV5는 승객 이송 또는 화물 운송용, 휠체어 탑승자 이동 지원용 등 각자의 운행 목적에 맞춘 다양한 기본 모델을 선보이고, 넉넉한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캠핑용, 냉동탑차용 등 특정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PV5 라인업 컨버전 모델 [연합뉴스 제공(촬영 임성호)]

이는 기아가 개발해 PV5에 처음 적용한 PBV 전용 플랫폼 'E-GMP.S(Service)'에 기반해 구현된다. 기본적으로 스케이트보드처럼 평평하고 넓은 E-GMP.S 플랫폼 위에 어퍼 바디(상부 차체)를 올려 만든 전동화 차량이다. 어떤 어퍼 바디를 올리는지에 따라 용도는 물론, 소형부터 대형 PB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일 수 있다.

PV5는 71.2kWh(패신저·카고 등) 및 51.5kWh(카고) 용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한다. 유럽에서는 43.3kWh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한 카고 모델을 추가한다. 71.2kWh 배터리를 얹은 패신저는 최고출력 120㎾, 최대 토크 250Nm를 내며 1회 충전으로 최대 400㎞를 주행할 수 있다.

PV5는 모터·인버터·감속기를 일체화해 PE(파워일렉트릭)룸 구조를 최적화하며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축간거리가 전장(4천695㎜)에 비해 2천995㎜로 긴 편이고, 전폭과 전고도 각각 1천895㎜와 1천905㎜로 넉넉하다.

PV5 패신저 모델(좌석 배열 2-3-0) [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내 공간에는 간결한 디자인을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기아는 PV5에 마치 '열린 상자'처럼 고객이 원하는 용품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 개념의 '기아 애드기어'를 처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2·3열은 편평한 플랫 플로어 구조로 두고 배터리가 위치한 차체 바닥을 한껏 낮게 설계해 승하차 및 화물 상하차 편의성을 높였다.

PV5는 주요 용도별로 '패신저'(승객), '카고'(화물), 'WAV'(휠체어 이용 가능 차량) 등의 기본 모델로 출시된다. 패신저는 승객 탑승 공간에 USB 충전 단자와 시트 열선 스위치 등 편의 기능을 갖췄다. 1∼3열 시트 배열은 탑승 규모와 목적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카고는 적재 용량에 따라 컴팩트, 롱, 하이루프 등 3개 세부 모델로 나뉜다. 적재 용량은 최대 5천165L(독일 VDA 기준)다. 화물 공간에는 조명, 그물망, 고정장치 등을 장착할 수 있는 'L-트랙 마운팅'을 적용했고 V2L(외부로의 전력 공급) 등 편의 사양도 갖췄다.

PBV 라인업. 왼쪽부터 PV5 크루, PV5 WAV, PV5 패신저, PV5 카고 [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AV에는 장애인 등의 휠체어 탑승자가 인도에서 2열로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차량 측면 승하차 방식을 적용했다. 또 동승한 보호자가 탑승자를 도울 수 있도록 3열 팁업 시트를 적용했다.

기아는 기본 모델 외에도 기아가 생산하고 보증하는 여러 컨버전(변환) PV5 라인업을 출시한다. 레저·휴식에 최적화된 '라이트 캠퍼', 패신저 고급화 모델 '프라임', '오픈베드', 유럽 전용 '크루' 등이다. 컨버전 모델은 브라운어빌리티 등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해 마련하는 '컨버전 센터'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기아는 내년까지 컨버전 모델 6종을 포함한 총 11종의 라인업을 차례로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처음으로 PV5를 전시하고 올해 상반기 중 국내와 유럽에서 계약을 시작한다. 양산은 올해 7월부터 국내와 유럽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기아, 첫 전동화 세단 EV4

기아의 브랜드 최초의 전기 세단 '더 기아 EV4'(EV4)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에 국내 출시될 예정인 EV4는 기아가 EV6, EV9, EV3에 이어 네 번째로 출시하는 전기차이자 첫 준중형(C세그먼트) 전동화 세단이다.

더 기아 EV4 [현대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터리 용량이 81.4kWh인 롱레인지와 58.3kWh인 스탠다드 두 가지 모델로 나뉜다. 롱레인지 모델은 350㎾급 충전기로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31분이 걸린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최대 533㎞(롱레인지 2WD 17인치 휠 기준)로, 최대 532㎞인 아이오닉9을 넘어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길다. 두 모델 모두 복합 전비(2WD 17인치 휠 기준)는 5.8㎞/kWh로, 기아 전기차 중 최고다. 공기저항계수는 기아 차량 중 가장 낮은 0.23까지 낮췄다.

EV4는 동급 최대 수준의 실내 공간도 갖췄다. 전장 4천730㎜, 축간거리 2천820㎜, 전폭 1천860㎜, 전고 1천480㎜로 여유로운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했다. 트렁크 역시 동급 최대 수준인 490L(독일 VDA 기준)로 널찍하다. 또 콘솔 암레스트를 2열을 향해 수평으로 열 수 있는 '회전형 암레스트'를 기아 차량 중 처음으로 적용해 2열 승객의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아울러 EV4에는 가속 페달만으로 가감속과 정차가 가능한 아이페달 기능을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i-페달 3.0을 적용해 편의성과 승차감을 높였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시트 포지션과 조명 밝기를 전환해 휴식을 돕는 '인테리어 모드'도 기아 차량 중 처음으로 적용됐다. 1열에는 12.3인치 클러스터, 5인치 공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세 화면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히든 타입의 터치 버튼을 적용했고, 운전 중 조작이 필요한 미디어 전원·음량 및 공조 온도·풍량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뒀다.

더 기아 EV4 [현대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V4는 '기아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가 탑재돼 커넥티비티 기능이 대폭 확대됐다. 스트리밍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면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게임, 노래방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기아 모바일 앱과 연동한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도 기아 최초로 EV4에 적용됐다. 기존에 차 안에서만 가능했던 업데이트를 원격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디자인은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했다. 기존 세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루프 스포일러를 차체 양 끝에 장착해 혁신적인 느낌을 냈다. 유럽 시장에는 전략형 모델인 'EV4 해치백'을 출시해 글로벌 시장의 EV 대중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소형(B세그먼트) SUV EV2

기아는 이번 행사에서 해외 전략형 소형(B세그먼트) SUV EV2의 콘셉트 모델인 '콘셉트 EV2'도 선보였다. 양산형 모델은 내년 유럽에서 우선 출시할 예정이다.

타라코 아레나에 전시된 콘셉트 EV2 [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콘셉트 EV2는 도심 운전에 최적화된 크기이면서도 공간 확장이 가능하다. 2열 시트를 접고 1열 시트를 뒤로 밀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차를 세운 상태에서는 문을 열고 1열 시트를 벤치처럼 좌우로 넓힐 수 있는 참신한 활용성을 갖췄다. 프론트 트렁크에도 물건을 실을 수 있다.

EV2는 작지만, 결코 약해 보이지 않은 차이기도 했다. 이 차의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기아 유럽 디자인센터의 뱅상 그릿 디자이너는 "EV2는 당당한 존재감을 갖췄지만 불필요하게 공격적으로 보이지는 않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V2의 양산형 모델은 V2L과 OTA 등 상위 차급에 적용된 첨단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기아는 소개했다. 송호성 기아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기아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설루션 업체로서 고객 관점에서 개발한 제품과 경험을 제공하며 전기차(EV) 대중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