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헌정사상 가장 오래된 헌정 체제, 그간의 ‘개헌’ 논의는?

2025-02-24     정혜인 기자

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탄핵 정국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내수 회복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과 대통령 및 국회 권한 분산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주장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오직 궤변, 가짜뉴스, 변명으로 점철된 여당 포기 선언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내란 사태에 진심 어린 반성이 없다. 여당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 또한 권 원내대표의 연설을 거세게 비판했다. 

개헌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통치 구조를 규정하는 ‘헌법’을 개정한다는 말이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이를 발의할 수 있으며, 발의된 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 동안 공고하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의결되어야 한다. 헌법개정안이 가결되려면 국회의원의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9차례 개헌이 있었다. 이들 개헌안 중 다수는 대통령의 재집권을 목적으로 제출돼 국민의 분노와 정치권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정당하게 이뤄진 개헌으로 평가받는 건 제3차, 제4차, 제9차 개헌뿐이다. 다른 개헌들은 정부의 영구집권이 가능하게 하거나 국민의 참정권이나 재산권 등을 제한해 버렸다. 

제9차 개정 헌법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오래 유지되고 있는 헌정 체제다. 이는 1987년에 공포돼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1988년부터 정식 시행되며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문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4·19민주이념의 계승 및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명시했다. 

그간 ‘10차 개헌’ 논의가 진행된 적이 많은데 실제로 실현된 적은 없다. 9차 개헌 이후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 체제를 제6공화국이라고 하는데, 제6공화국의 역대 정부는 개헌을 주장해 왔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8대 국회는 ‘4년 중임 정·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등 개헌안 2개를 발표했다.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분권하는 방향, 이원집정부제는 행정부 내 분권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방식이다.

뒤이은 19대 국회는 대통령 6년 단임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상·하원 양원제 도입을 제안했고, 20대 국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가동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여당도 헌법 전문과 기본권, 지방분권과 경제, 정부 형태 및 선거제도 관련 내용 등이 포함된 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2025년, 여당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권 원내대표의 연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지방소멸 문제를 포함해 제왕적 대통령제 단점까지 극복할 수 있는 지방분권형 개헌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시각차가 있는 상황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단계적 개헌의 필요성을 밝혔으나 이재명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선을 그었다. 

오래된 헌법의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지만, 개헌 방향과 시점에 관해서는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금의 개헌이 ‘시기상조’라고 보는 이들은 섣부른 헌법 개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올바른 정치개혁보다는 양당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헌정 질서의 회복에 더 집중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