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성장의 지표 되는 ‘내구재’...현재 얼어붙은 소비 [지식용어]

2025-02-03     정혜인 기자

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자동차, TV, 냉장고, 가구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이 있다. 분류에 따라 전자제품이나 인테리어 제품으로 따로 묶이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내구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내구재(耐久財)는 내구성을 가지고 장기 사용에 견딜 수 있는 재화, 즉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내구재는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로 나뉜다. 에어컨, 녹음기, 가스레인지 등은 자동차나 냉장고 등과 함께 내구재에 해당하고, 의류는 상당 기간 사용에 견딜 수 있어 준내구재라고 할 수 있다. 비내구재로는 음식료품이 가장 대표적인 품목이다. 이는 편의에 따른 구분이어서 관점에 따라 의류를 비내구재라고 볼 수도 있다. 

재화의 용도에 따라 산업용 내구재와 소비생활용 내구재(소비재)로 크게 나누기도 한다. 앞서 언급된 내구재들이 소비재이며, 산업용 내구재는 기계, 장치, 공장건물 등이다. 그중 기계나 장치 등은 자본재(資本財)라고도 부른다. 자본재는 이용 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또 유동자본재(원료·재료 등)와 고정자본재(건물·시설·기계 등)로 분류된다. 

토지와 노동 이외의 재화를 의미하는 자본재라는 개념이 생긴 배경에는 산업화가 있다. 18세기 이전에는 토지와 노동을 중심으로 다른 재화를 생산하다가 산업화 이후에는 그 외의 다른 생산재(生産財: 재화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토지와 노동 이외의 재화를 자본재라고 하게 된 것이다. 생산재나 자본재와 구별되는 것이 바로 소비재(消費財)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산업구조는 1차산업에서 2차산업, 2차산업에서 3차산업이라는 형태가 되었다. 역사적으로도 19세기 초에는 섬유산업, 19세기 중후반부터는 철강산업, 20세기 초에는 자동차·화학·전기 산업, 20세기 중반 무렵에는 과학산업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가 널리 보급되는 등 생활 방식 전반이 달라졌다. 

내구재는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하나 그 후 유지비 이외에는 지출이 필요하지 않다. 일상 속 가전제품을 생각해 보아도 첫 구매 이후 거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내구성이 있어 불황 때에는 구매를 삼가는 경향이 크기도 하다. 이렇듯 수요의 변동이 심해 각국의 경제와 내수 성장의 지표가 된다. 

2025년에도 이를 통해 소비 위축을 확인하게 되었다. 지난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등 상품 종류를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재화 소비 부진이 나타났다. 내구재인 승용차 소비와 준내구재 의복 소비는 지난해 감소 전환했고, 비내구재인 음식료품은 고물가 여파로 소비가 부진했다.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는데, 이는 2003년(-3.1%)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대 폭이다. 당시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대출에 따른, 이른바 카드 대란으로 소비 절벽이 나타났다. 내구재·준내구재·비내구재가 2년 연속 감소한 것도 1995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 속보성 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 12월 21∼27일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전달 마지막 주와 비교하면 9.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이후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 기대감이 퍼지기도 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 심리는 다시 냉각된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 전문가들은 물가가 고환율 여파로 상승하면 내수를 다시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