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논란의 AI교과서, 도입 근거로 언급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란? [지식용어]

2025-01-17     정혜인 기자

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 교육 현장의 주된 변화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디지털 교육 대전환을 꼽았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올해부터는 학교에서 사용될까.

앞서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 성공 사례로 에스토니아를 꼽았다. 에스토니아는 2018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는데,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유럽 국가 중 1위를 차지하며 신흥 교육 강국이 됐다는 것이다. 에스토니아의 AI 교과서는 ‘교육문헌(education literature)’이란 이름으로 정부가 정한 심사 방식에 따라 검토받는다고 한다.

여기서 PISA는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약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이다. 참여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측정해 해당 국가의 교육 시스템을 평가한다. 이를 통해 각국의 교육 정책과 학습 실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고, 국가 간의 비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PISA 평가는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부문의 능력을 살핀다. 객관식이 3분의 2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주관식으로 이뤄진다. 종합적인 기술 및 능력을 측정해 각 학생의 잠재 능력을 추정하기 위함이다. 마지막 PISA는 2022년에 치러졌다. 본래 2021년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OECD는 “코로나19 이후 상황의 어려움을 반영해” 2022년으로 연기했다.

81개국이 참여한 2022년 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 평균보다 높은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중 수학 1∼2위, 읽기 1∼7위, 과학 2∼5위를 나타냈으며, 전체 81개국 중에서는 수학 3∼7위, 읽기 2∼12위, 과학 2∼9위를 기록했다. PISA 2018 대비 상위 성취수준 비율은 모든 영역에서 증가하고, 하위 성취수준 비율은 읽기와 과학에서 감소했다.

그렇다면 에스토니아는 어땠을까. 2012년 PISA에서 수학 10~14위, 읽기 10~14위, 과학 5~7위였는데, 2022년 PISA에서는 각각 6~9위, 2~12위, 4~8위로 올랐다. 다만 읽기 3~7위, 과학 4~5위던 2018년 PISA에 비해선 순위가 낮아졌다. 이와 관련해 이 부총리는 “수학, 과학 읽기 성적 등이 약진했다고 한다”며 “그 비결이 AI 디지털 교과서 같은 체제를 도입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지난 12월 17일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가 에스토니아를 사례로 든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교육 선진국으로 꼽힌 국가들에서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폐지한 사례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학습 자료의 80% 이상을 디지털로 전환하며 디지털 교육에 선도적이었지만, 현재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우려해 종이 교과서 정책으로 돌아갔다. 스웨덴도 2017년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했다가 2023년 철회했다. 

결국 지난 12월 26일 AI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그러자 이 부총리와 국민의힘은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오는 17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적절한지를 묻기 위한 청문회를 실시한다.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어떤 검증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