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명칭 둘러싼 논란으로 또 다른 상처주지 않기를 [지식용어]

2025-01-14     양원민 기자

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지난해 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갑작스레 들려온 비극적인 소식에 우리나라는 지난 4일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을 가졌고, 합동분향소에는 전국에서 온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런데 온라인상에서 사고의 명칭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내막을 알아보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한 제주항공 7C2216편의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생존자와 제보된 영상 및 뉴스에 따르면 해당 기체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이후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한 것으로 현재까지는 알려져 있다. 자세한 사고 원인 분석과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한편, 일부 유튜버나 누리꾼은 ‘무안공항 참사’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번 논란의 쟁점이다. 이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사고가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 충돌 이후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무안공항 참사’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무안공항 참사’라는 단어가 포함된 제목이나 내용이 여럿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등은 참사 초기부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누리집에 게시했다.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광주시와 전남도 등 지자체도 같은 명칭으로 참사를 명명하고 애도의 글을 누리집에 올렸다.

이러한 명칭이 정해진 건 국제연합(UN)이 설립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기구는 통상 항공사와 항공편을 넣어 여객기 사고를 분류해 왔다. 일례로 지난 2002년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서 여객기가 추락해 129명이 사망한 사고를 ‘중국국제항공(Air China) 129편 추락사고’라고 이름 붙였다. 김해공항 인근에서 사고가 났으나 ‘김해공항 참사’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자세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지점을 인식해 각기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보잉 737 기장 출신인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이번 사고 명칭의 정답을 말하라면 ‘제주항공 2216편 사고’가 맞다”라면서 “여기에 굳이 공항 이름을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조심스럽지만, 이번 사고 영상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며 “사고 원인이 복합적일 것으로 보이는데 딱 하나만 꼬집어서 잘못됐다고 하긴 어렵기 때문에 밝혀지기 전까지 명칭을 두고 다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건한 민간조종사협회 법률위원장은 “기체가 활주로에 동체착륙 해서 ‘오버런’(착륙 시 활주로 종단을 넘어서 기체가 나가는 것) 했을 때까지는 ‘제주항공 2216편 사고’가 맞는데,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한 것은 ‘무안공항 사고’로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구조물 충돌 이후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그렇게 명명하는 상황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다른 견해를 밝혔다.

모든 걸 종합했을 때,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며 ‘무안공항 참사’로 변경될 여지는 남아있지만, 현재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는 표현이 좀 더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 지역갈등까지 초래할 수 있는 명칭에 대한 과도한 갑론을박으로 소중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