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피플] 하나의 대명사가 된 배우 ‘이정재’, 시즌1과 180도 다른 ‘성기훈’...왜?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글로벌 기대작, ‘오징어 게임’ 시즌2의 뚜껑이 열리자 국내외에서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호평과 혹평 엇갈린 반응 속에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은 깨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평가와는 무관하게 인기와 화제성 면에서는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전 세계 93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에 올랐고, 넷플릭스에서 역대 공개된 TV 시리즈 가운데 공개 첫 주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화제성만큼은 확실한 ‘오징어 게임’, 특히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섰다. 이정재는 시즌1에서는 평범한 소시민이자 선량함을 간직한 인물을, 시즌2에서는 진중해지고 강렬한 목표 의식을 가진 인물로 180도 바뀐 캐릭터를 연기했다.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이정재는 당시 국내에서 라이징스타로 급부상, 특히 특유의 남성미와 섹시한 눈빛을 강점으로 ‘정사’ ‘태양은 없다’ 등 영화를 통해 청춘스타로 우뚝 섰다. 이어 드라마 '모래시계', 영화 '신세계', '관상', '암살', '신과 함께'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훌륭히 연기했다.
이정재 특유의 매력적인 눈빛과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연기는 국제적으로도 먹혔다. 2021년 '오징어 게임'에서 주연을 맡으며 글로벌 스타로 단숨에 떠올랐고, 그렇게 하나의 대명사가 된 이정재는 한국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는가 하면, 무려 '스타워즈' 시리즈 디즈니+ '애콜라이트'(The Acolyte)에서 제다이 역으로 출연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 규모의 작품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정재, 그는 이번에 공개된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시즌1과는 변모한 성기훈 역을 선보였고, 극중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에서 다소 철없고 순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성기훈은 시즌2에서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에서 최종 우승해 상금 456억원을 얻었지만 폐인처럼 웃음기를 잃었고, 모든 것을 잊고 해외로 떠나려고 하지만 끝내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다. 결국 직접 게임을 끝내겠다며 목숨을 걸고 다시 한번 참가자로 게임에 뛰어들기까지 한다. 종합하면 시즌2의 성기훈은 비장한 목표를 품고 행동하지만 허점이 많고, 정의감에 불타오르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이기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렇듯 다소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 설정 때문일까,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후 시청자들로부터 "바보 같다", "답답하다"는 지적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맹목적인 목적을 갖고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성기훈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드는데, 이정재는 시즌1의 결말에서 그 답을 찾았다고 전한다. 그는 "시즌1 후반부에서 보여줬던 빨간 머리 성기훈의 모습을 토대로 시즌2의 성기훈을 발전시켰다"며 "게임이 끝난 뒤의 성기훈은 이미 그 전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고 짚었다.
그렇다. 여러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성기훈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시즌2의 진짜 빌런'이란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답답한 구석이 분명한 캐릭터다. 하지만, 배우 이정재는 "답답한 구석도 있지만, 세상에 성기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기훈을 떠올리면 양심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며 "양심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어서 숨기자면 숨길 수 있는 것인데, 성기훈처럼 양심에 거슬리는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않고, 결국 양심이 가리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 요즘 사회에는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정재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변명하거나, 작품 의도를 설득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시즌3이 공개되면 많은 분의 의구심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성기훈이 좌절하고, 실패하는 모습은 굴곡의 일부일 뿐"이라며 "바닥의 바닥까지 찍은 성기훈이 이제 어떻게 변화해서 다시 치고 올라갈지 기대해달라"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성기훈 캐릭터에 대한 배우 이정재의 애정은 시즌3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큰 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라며 "'오징어 게임'은 제 인생 작품이고, 성기훈은 제 인생 캐릭터"라고 애정을 나타냈다.
좋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여러 작품에서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 이정재. 그는 감독으로서의 포부도 남다르다. 최근에는 영화 '헌트'(2022)의 제작과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도 데뷔한 이정재는 현재 새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새 작품은 한미합작 영화로 개발 중이라는 배우겸 감독 이정재의 더 힘찬 날갯짓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의 미국 골든글로브 수상은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