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에 사로잡히는 ‘살리에리 증후군’...중요한 건 ‘나를 인정하는 나’ [지식용어]
시선뉴스=심재민 | 누군가를 이겨보겠다는 승부욕과 경쟁심리는 적당히 함양하고 있으면 도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남을 의식하고 이기려는 마음이 열등감과 시기, 질투로 변질되면 스스로의 삶을 황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열등감의 대상을 향한 범죄로도 비화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작품에서도 다뤄지는 인간의 어두운 심리로, ‘살리에리 증후군’에서 기인한다.
살리에리 증후군은 주변의 ‘잘난’ 인물 때문에 느껴지는 질투심, 시기, 열등감 등의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는 특정 인물의 이름이다. 바로 1984년에 개봉한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7)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인물로, 실제 인물을 소재로 만든 이 영화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를 이기지 못해 독살까지 저지른다. 영화 속에서 이러한 살리에리의 ‘열등감’을 빗대어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용어로 통용되게 되었다.
살리에리 증후군의 한가지 특징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 또는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열등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어떠한 영역에서 늘 나보다 앞선 누군가가 있기에 TOP의 자리로 오를 수 없고, 그 사람의 업적을 더 빛나게 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머무르는 처지를 비관하고 망상을 이어가면서 살리에리 증후군에 사로잡히게 된다. 즉 극단적인 2인자의 심리상태를 투영한 용어가 바로 살리에리 증후군인 것이다.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말이 파생된 영화 <아마데우스>. 과연 영화처럼 살리에리는 실제로 열등감에 못 이겨 모차르트를 살해했을까. 역사적으로 의혹으로 남은 부분이다. 모차르트가 음악의 고장인 오스트리아의 빈에 진출했을 때 그곳에서 살리에리는 이미 유명한 궁정음악가이자 교육자로 명성이 높았다. ‘음악’이라는 같은 분야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둘은 ‘라이벌’ 구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내 라이벌에서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으며 ‘오펠리아의 회복’이라는 칸타타를 함께 작곡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1797년 모차르트가 사망한 뒤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더욱 명성이 높았던 모차르트를 살리에리가 독살했다는 소문이 무성해졌으며, 심지어 러시아 작가 ‘포시킨’이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펴내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었다. 그렇게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오묘한 관계는 다양한 구설에 오르내렸고, 다양한 작품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질투를 느끼는 2인자의 심리 상태를 의미하는 ‘살리에리 증후군’. 이와 비슷한 용어로는 주변 사람의 불행에서 기쁨을 얻는 심리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이 있다. 질투의 대상이 불행을 겪거나 사라지면 열등감이 해소된 듯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이는 일본의 한 실제 실험에서 측정되었다.
일본의 다카하시 히데히코(Takahashi Hidehiko) 교수팀은 젊은 남녀 19명에게 한 시나리오를 나눠주며 자신을 시나리오 속의 주인공으로 생각하게 했다. 시나리오에서 등장인물은 주인공 외 3명이었으며, 이들은 모두 대학 동창생이라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교수팀은 3명의 동창생들이 성공할 때, 주인공(피험자)의 불안과 고통이 커졌고, 3명의 동창생들이 불행에 빠질 때, 주인공의 쾌감이 높아지는 것을 자기 공명 영상 장치로 측정했다.
어느 정도의 질투와 열등감은 어떤 원동력이 되어 도전하고 매진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저 타인만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만 몰두하다 보면 삶은 조금씩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살리에리 증후군’의 시작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매기는 ‘1등’ ‘2등’ 성적표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주는 ‘1등’ 역시 값진 성적임을 깨닫고 내가 나를 인정할 때 비로서 나의 역량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다는 ‘자존감’의 가치를 들여다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