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모교 ‘충암고등학교’...계엄사태로 엄한 불똥 튀어 [지식용어]

2024-12-26     양원민 기자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최근 우리나라는 ‘12·3 계엄사태’, ‘탄핵’ 등 바람 잘 날 없는 정국에 모든 이목이 쏠려있다. 특히 계엄사태와 관련한 인물들에 대한 모든 것들이 파헤쳐지고 있는 가운데, 엉뚱하게도 서울 소재의 ‘충암고등학교’에도 이번 사태에 대한 비난이 향해 재학생, 서울시 차원에서의 조치가 이뤄졌다. 

‘충암고등학교’는 윤 대통령(8회 졸업생)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비상계엄 사태 주동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모교다. 계엄 사태와 맞물려 ‘내란 고등학교’라는 오명 하에 재학생과 교직원들에게도 불똥이 튀는 등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이른바 ‘충암고 라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면서 학교에는 수백통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학교명을 ‘계엄고’로 바꾸라는 비아냥까지 쏟아졌다. 또 스쿨버스 운행이 방해받는가 하면 교무실 등으로 전화를 해 욕설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는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 일부 시민이 폭언하고 취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 전화까지 쏟아지는 등 도를 넘은 공격과 비난이 이어졌다.

충암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겪는 이런 상황은 국회 증언을 통해서도 한번 더 확인됐다. 이윤찬 충암고 교장은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학교 상황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질문에 “(학생들이) 거리를 다니면서 인근 같은 학교 친구들로부터 많이 놀림을 받고 특히 식당이든 거리든 어른들이 조롱 투의 말을 하니까 많이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명화 충암학원 이사장도 페이스북에 “윤석열과 김용현 등을 충암의 부끄러운 졸업생으로 백만번 선정하고 싶다”며 “교무실로 하루 종일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스쿨버스 기사들에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고 썼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지난 6일 재학생의 사복 착용을 내년 2월까지 허용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학생들이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볼 가능성을 우려한 학교 측이 한시적으로 재학생에게 교복 대신 사복 착용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또 지난 9일엔 경찰에 등하교 시간 순찰을 강화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충암고 재학생들도 학교와 재학생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직접 호소하고 나섰다. 충암고 학생회는 지난 10일 SNS에 공식 입장문을 내고 “12·3 사태로 인한 시민의 분노는 충암고 학생회 또한 백번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 및 논란의 인물들은 충암고를 졸업한 지 40년이나 지난 졸업생”이라며 “충암고를 잠시 거쳐 간 인물일 뿐 재학생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디 충암고와 재학생을 향한 비난을 멈춰주시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고 펼쳐나가도록 도와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겠다”고 호소했다.

시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위로차 학교를 방문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모교라는 이유로 엉뚱하게 비난받는 충암고를 방문해 학생과 교직원을 위로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이날 충암고에서 충암고 교장, 교감 및 학교 관계자,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을 만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학교가 상처받고 있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정국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지만, 피해를 입고 있는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며 “학교가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교 안정화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계엄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이 분노했고, 이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이어졌다. 국민의 민심이 여권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되어 이뤄진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충암고’의 엄한 학생들과 교육기관이 뭇매를 맞았다. ‘제2의 충암고’와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사태를 바로 보지 못한 채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분노와 비난을 엄한 곳에 표출하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