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그날, 느닷없던 ‘비상계엄’...역사적 과오 바로잡아야 [지식용어]

2024-12-13     심재민 기자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 계엄' 사태.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한 때아닌 비상계엄 사태가 비록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국가 이미지는 곤두박질쳤고 경제에 큰 데미지가 발생하는 등 그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비상계엄(非常戒嚴)이란, 헌법 제77조, 계엄법 제2조·제10조에 따라 대통령이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사회질서가 극도로 혼란된 지역에 군사상의 필요에 의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하는 계엄을 말한다.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 안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며, 비상계엄 지역 안에서 발생한 범죄는 군사 법원에서 재판한다. 비상계엄은 자칫 군통수권자의 군사의 사적 이용으로 악용될 수 있기에 헌법은 ‘전시’ ‘사변’ ‘국가비상사태’ 등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야당의 계속된 탄핵소추안 발의와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를 비상계엄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제1호도 발표됐다.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통해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한다.”고 발표했다. 

포고령의 내용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등이다. 이와 함께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전개하고 본청에 진입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국회 보좌진 등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1979년 이후 45년 만이다. 당시 비상계엄 조치는 ‘10·26 사건’으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이뤄졌으며, 전국으로 비상계엄이 확대된 것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서였다.

너무도 갑작스러웠던 2024년 12.3 비상계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긴급 담화문이나 포고령 어디를 살펴봐도, 헌법에서 명시한 비상계엄 발동 시 갖춰야 할 기준은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위헌적 비상계엄이라는 비판과 함께 윤 대통령의 탄핵은 물론 윤 대통령을 비롯한 가담자들의 긴급체포와 합당한 처벌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표결 날인 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안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전 단체 퇴장했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191명, 국민의힘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 3명이 투표했다. 끝내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2024년 12월 3일 심야, 모든 국민을 놀라게 한 느닷없던 ‘비상계엄’. 이후 대외적인 국가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여러 경제 지표도 곤두박질 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비상계엄을 둘러싼 모르쇠 주장 이면에 여러 양심 고백과 함께, 윤 대통력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지는 등 정국은 급랭하고 있다.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거울이기에, 잘못된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지 않으면 현재와 미래까지 계속해서 오염되고 만다. 2024년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끔찍했던 과거의 유혈사태를 떠올리는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과오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때아닌 비상계엄이라는 작금의 사태에 있어 관련자들의 제대로 된 처벌이 없다면 훗날 우리는 또 국민이 국민을 겨누는 비상계엄의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독일이 나치의 과오적 역사를 매몰차고 냉철하게 정리하고, 철저한 객관화를 통해 꾸준히 교육하고 알리는 모습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이념과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 찬반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에는 호불호도 찬반도 있을 수 없다. 제2, 제3 그리고 그 이상의 소름 돋는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제대로 된 조치와 처벌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