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내려간 한국은행 ‘기준금리’...‘기대감 반 우려 반’ 실질 경제 반영되길 [지식용어]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지난 달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융시장의 동결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p) 더 낮췄다. 지난달 0.25%p 내려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이후 연속 인하된 ‘기준금리’를 둘러싸고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금리 체계의 기준이 되는 금리로, 금융 기관과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자금조정 예금 및 대출 등의 거래를 할 때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다. 대한민국에서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소속 기관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년에 8번 결정하는데, 이때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 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결정된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영향을 주고, 다시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 및 대출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실물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중의 돈을 흡수하기 때문에 통화량이 줄어들고 과열된 경기를 꺼지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주가가 떨어지기도, 환율이 내려가기도 한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중에 돈이 풀려 통화량이 늘어나 경기가 되살아나게 되며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효과로, 실제 경기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기준금리는 금융기관들이 책정하는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실제 시장의 여러 금리도 인상되고, 반대로 인하될 경우엔 시장 금리도 인하되며, 이를 일부러 유도하기도 한다. 실제, 시중 은행을 포함한 금융 기관들은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삼아 금리를 책정한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금리도 오르고, 기준금리가 내리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국내의 경제와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 변동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의 대량 유출 또는 유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낮춘 데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을까? 우선 한은이 중간에 동결 등으로 쉬지 않고 연이어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무려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5.25%에서 2.00%로 내린 바 있다. 당시 1,400원대 환율 고착,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 가계부채·부동산 불안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다시 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경기와 성장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28일 기준금리를 발표한 한은은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 출범 리스크(위험) 등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 2.2%, 1.9%로 0.2%p씩 낮춰 잡았다. 더구나 2026년은 1.8%로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1954년 국내총생산(GDP) 통계 집계 이래 성장률이 2%를 밑돈 경우는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2023년(1.4%) 여섯 해 뿐이다.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 충격이 있던 시기들이다.
금통위는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라도 살려야 경기 하강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성장 하방 압력이 증대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 리스크(위험)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인하 배경을 밝혔다.
물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연속 금리 인하는 환율 불안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율·물가·가계부채 불안 등 우려되는 인하 부작용에 관해 금통위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 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리 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 변수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융 당국은 국내 경제 상황, 특히 지표만이 아닌 실제 현장감을 담은 상황을 고려해 영리한 ‘기준금리’ 책정을 통한 활력을 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