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여행] 도심 속 명소 ‘석파정’...계절이 느껴지는 흥선대원군의 별서 [서울 종로구]

2024-11-30     정혜인 기자

시선뉴스=(서울 종로구)ㅣ이번 주 첫눈부터 폭설이 내리며 곳곳에서 교통대란이 있었다. 많은 눈이 쌓이면서 ‘눈 폭탄’을 머금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내려앉아 통행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겨우 여름을 벗어나 예년보다 늦은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지식교양 전문채널-시선뉴스

전국에서 단풍 명소로 꼽히는 장소들이 많은데, 서울 도심 속에는 ‘석파정(石坡亭)’이 있다. 보통 11월의 석파정은 단풍으로 붉게 물든 나무들이 가득하지만, 이번에는 사뭇 달랐다. 지난 11월 초순에는 잎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빛이 꽤 많이 보였다. 이때 석파정(정자) 앞에는 초가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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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은 조선 말기 별장으로 사용된 근대 유적이다. 이조판서,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김흥근이 인왕산 북동쪽의 바위산 기슭에 이를 지었고, 흥선대원군이 집권한 뒤 대원군의 별서로 사용했다. 별서는 별장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데, 별장보다는 비교적 오랫동안 집 대신 지내는 공간을 의미한다. 석파정은 1974년 1월 15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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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4년부터 1910년까지의 역사가 기록된 『매천야록』에 따르면 대원군은 김흥근에게 별서의 매매를 제안했으나 계속 거절당했다. 그러자 아들 고종을 행차하게 하여 하룻밤 묵게 한 뒤, 임금이 기거한 곳에 신하가 살 수 없다며 소유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바위로 둘러싸인 풍경에 감탄한 대원군은 자신의 호를 석파(石坡)로 짓고, 이곳을 석파정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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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가장 안쪽에는 위압감을 풍기는 너럭바위가 있다. 코끼리와 닮았다며 코끼리 바위라고도 불린다. 인왕산의 영험한 기운을 담고 있다고 해 예전부터 이곳에서 소원을 비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도 너럭바위 앞과 석파정 구석구석에는 소원돌탑들이 쌓여 있다. 다만 이미 적당한 돌들은 다 쓰였는지 위에 새로 올릴만한 크기의 돌을 찾는 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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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은 서울미술관 부대시설로 미술관 입장료를 낸 뒤 함께 볼 수 있다. 한때 석파정은 소유권이 여러 차례 이전되다가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이 매입하며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안 회장이 평소 수집한 이중섭의 그립들도 서울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사계절의 풍경과 미술품들이 함께 있는 석파정에서는 서울 한복판에서 경험하기 힘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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