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피플] 무대에서 피어난 (여)배우 ‘황정민’...노력으로 완성하는 ‘천상배우’

2024-11-25     심재민 기자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대한민국 영화계에는 연기력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명의 황정민이 있다. 먼저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 ‘서울의 봄’ 등에서 역시라는 찬사를 이끌어 내며 천만 배우로 우뚝 선 남성 배우 황정민과 드라마 'D.P.2'와 '무빙' 등에서 현실 연기의 정점을 보여주며 씬스틸러로 등극한 여성 배우 황정민이다.

천만 배우 황정민은 선 굵은 연기와 각종 기록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면, 씬스틸러 황정민은 선과 악을 오가는 잔잔하면서 흡입력 있는 연기로 뇌리에 깊게 박히는 배우다. 특히 대학로에선 '배우 황정민'이라고 말하면 성별을 물을 만큼 '여성 배우 황정민'의 인지도가 천만배우 황정민 못지않다.

연극 '장녀들' 배우 황정민 [프로젝트 아일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국악예고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황정민은 배우의 꿈을 품고 4수 끝에 서울예대에 진학했다. 학창 시절 교회 성극을 하던 중 느낀 카타르시스는 그는 차츰 이끌리듯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한단계 한단계 나아가며 극단 '목화'의 간판 배우로 활동, 1998년 '남자충동'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신인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다. 또한 두 해 뒤에는 '춘풍의 처'에서의 열연으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여자연기상까지 꿰찼다.

무대를 벗어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도 했다. 특히 그의 스크린 데뷔작 격인 '지구를 지켜라!'(2003) 속 캐릭터는 장준환 감독이 처음부터 그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서커스단 줄타기 곡예사 '순이'는 그에게 200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그리고 최근에는 'D.P.2'의 관심병사 김루리 엄마, '무빙'의 정육점 사장을 비롯해 화제의 K드라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연극계를 넘어 '전천후 조연'으로 발돋움했다.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배우 황정민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황정민은 무엇보다 ‘연기’로 증명하는 배우다. 순진하고 내성적인 성격부터 섬뜩하고 그로테스크한 역할까지 이질감 없이 소화하는 그. 모두가 황정민의 다채로운 연기에 감탄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매체 연기가 어렵다고 고백한다. 컷별로 나눠 찍는 방식에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고,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불편하고 경직된다는 것. 그럴 때마다 유튜브 자료 영상을 뒤지는 등 끊임없이 탐구하며, 그 인물이 되려고 애쓰는, 그야말로 노력형이고 그것이 황정민의 몰입형 연기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영화 '하녀'(2010)에서 친구 은이(전도연)와 스쿠터를 모는 장면을 위해 난생처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을 정도로, 특히나 연습량 엄청난 배우로 잘 알려지기도 했다.

배우 황정민 [9아토엔테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소 내향적인 편이지만, 일단 무대에만 오르면 특유의 맛깔나는 연기를 신명 나게 펼치는 황정민. 그는 독립영화 '공작새',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 이어 내년에는 연극 '꽃의 비밀'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1993년 데뷔한 이래 30년 넘도록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황정민은 여전히 겸손을 잃지 않으며 '연기를 잘한 배우'로 기억되는 것이 소원이라 전한다. 노력을 바탕으로 더 완벽해진 '천상 배우' 황정민의 내일을 더욱 응원한다.